다층적 혼돈의 매력
<영화의 스포가 가득합니다.>
영화 《포제션 (Possession, 1981)》은 참으로 다층적인 작품이다. 그 줄거리조차 한마디로 소개하기 힘들 만큼 복잡하지만, 이 난해함이 주는 매력은 상당하다. 1981년 폴란드 출신 안드레이 쥴랍스키 감독이 연출했고, 내가 좋아하는 이자벨 아자니가 주연을 맡았다. 당시로서는 기괴한 표현 방식과 선정성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으며, 2025년인 지금 보아도 여전히 충격적이고 선정적이다.
이 영화는 여러 겹의 레이어로 층층이 쌓여 있는 듯하다.
사랑(결혼 생활의 고통. 배신, 이별), 종교 (선과 악, 악마의 탄생), 정치 (스파이, 내부의 적)에 관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처음 영화를 접했을 때는 내용 파악이 어려워 난해했지만,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두 번째로 관람했을 때는 겹겹이 쌓인 상징들과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부부 관계의 파국과 심리적 표현
영화의 배경은 분단된 옛 독일이다. 모든 것이 통제된 듯 깨끗한 거리와 서로를 감시하는 병사들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오랜 작전 수행으로 집을 비웠던 남편 마크가 돌아오지만, 아내 안나는 그를 환영하지 않는다. 남편은 예전과 달라진 안나를 보며 외도를 의심하고, 깊은 절망과 질투에 빠진다. 안나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결국 하인리히라는 남자와 불륜을 갖는다.
자신에게 배신감을 안겨준 안나를 향한 마크의 절망과 질투는 폭력으로 발현된다. 이전에도 몇 차례 폭력으로 모든 것을 통제해 왔던 듯하다. 남편의 폭력에 피를 흘리는 안나는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아이와 남편을 버리고 집을 나선다.
배신당한 마크의 너덜너덜한 마음은 그의 옷, 집, 그리고 뒤틀리는 육체를 통해 여과 없이 표현된다. 요즘 작품들이 표정이나 대사로 관객이 인물의 감정을 짐작하게 하는 데 반해, 이 영화는 이처럼 직접적인 방식을 차용한다. 처음에는 이질적이고 거친 느낌을 받지만,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인물의 감정을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친절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흑화 하는 여인과 탄생하는 괴물
아내 안나는 자신을 통제하는 가정이라는 울타리와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의 탈출을 감행한다. 그러한 자신이 괴롭고, 유산이라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위로받기 위해 예수상 앞에서 울부짖지만, 아무런 위로를 받지 못한다. 아마 이 지점에서 안나의 흑화가 시작되는 듯하다. 안나의 내면의 갈등은 지하철 신에서 최고조를 이룬다. 그녀의 미칠 듯한 갈등과 고통은 신들린 듯한 절규를 통해 표현된다. 이는 선(善)에 의해 버림받고 악을 내면화하는 장면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안나는 도플갱어를 잉태한다. 그녀의 의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파란색 계열을 유지하는데, 이는 종교적인 텍스트(성모 마리아는 푸른 의상으로 표현됨)로 이해할 수 있다. 도플갱어라는 존재를 완성시키기 위해, 그녀는 마치 아이를 양육하듯이 먹이를 가져다주고 사랑(육체적 관계)을 제공한다.
이 도플갱어는 남편 마크의 모습을 한 완성체로 나타나고, 실제 하는 마크와 안나는 어떤 사건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도플갱어와 종말론적 결말
안나 자신의 도플갱어인 듯한 존재, 아들 밥의 선생님 헬렌이 중반부터 등장한다. 그녀는 남편 마크가 좋아할 만한 외모와 자신 및 밥에게 충실한 차분한 성격의 여자이다.
실제 부모가 죽은 뒤, 헬렌이 아들 밥을 돌봐준다. 마크의 도플갱어가 집에 들어오려고 할 때, 밥은 그들의 존재가 두려운지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애원한 뒤, 화장실에서 익사를 선택한다. 마크의 도플갱어는 악마로, 안나의 도플갱어(헬렌)는 천사로 보이기도 한다. 원형인 실제 마크와 안나는 죽고, 도플갱어 둘만 남아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루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갑자기 총성이 들리고 세상이 전쟁으로 치닫으면서 영화는 끝을 맞는다.
참으로 난해하면서도 복잡다단한 층위의 영화 《포제션》. 복잡하고 상징이 가득한 영화를 좋아한다면, 공을 들여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