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거리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

by 노정희

<하루거리> 김휘훈 작가


오래간만에 그림책 모임에서 김휘훈 작가님의 2020년작 《하루거리》를 함께 나누었다. 수묵화 채색의 다정한 그림체만큼이나 내용 역시 따뜻하고 다정하게 마음을 울린다.


​옛날, 학질이나 이질을 '하루거리'라 불렀다고 한다. 시골 마을에서 부모님을 여의고 큰아버지네서 더부살이하는 한 아이가 주인공이다. 아이는 외로운 것인지, 아픈 것인지 오랜 시간 동안 햇볕 아래 웅크리고만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동네 아이들은 산과 들을 누비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자유롭게 살아가니, 웅크린 그 아이가 그저 생경할 따름이다. 의아한 마음에 아이들은 다가가 아픈 거냐고 묻지만, 돌아오는 답은 "죽고 싶다"였다. 어린아이가 토해낸 이 절망적인 한 마디에 마음이 저릿했다. 외로움과 우울이 무엇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천진한 아이들에게, 그 아이는 그저 '병이 나서 아픈 아이'로 짐작될 뿐이다. 동네 아이들은 저 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그 아이를 도와주는 장면이 나온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애정의 부재는 한 사람을 말라죽게 만든다. 자신을 돌봐줄 이 없는 세상으로부터 아이가 겪는 지독한 외로움, 그것이 극단적인 죽음까지 바라는 우울감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힘도 없고 철없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은 힘든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조건 없는 도움을 내어준다. 그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공동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하루거리》를 보며 문득 세상 이기적인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혹여 나에게 피해가 올까,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수많은 이웃을 못 본 척 외면하며 살아왔다. 마치 그 아픔이 나에게 전염될 것처럼 몸을 움츠리고 애써 시선을 거두었다. 나의 아픔만이 대단한 것처럼 자기 연민에 빠져 나를 보호하는 보호막을 두텁게 쌓아 올리고 살아온 것 같아 창피했다.


​물론, 혼자서 그 힘든 아이에게 전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친구들, 즉 공동체가 '연대'하여 그 짐을 조금씩 나누어진다는 현명한 해법을 제시한다. 연대를 통해 부담을 덜고 서로를 의지한다면, 약자를 도울 때 더 오래, 그리고 덜 힘들게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참으로 현명하게 느껴진다.


​세상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 안아야겠다는 깊은 다짐을 하게 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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