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만 산다.

설거지 후기.

by 노정희

<Ai 이미지>



저녁으로 생선구이를 먹었다. 마트에서 할인한 국내산 조기 5마리를 샀고, 생선 사이즈가 작아 한 끼에 다 구워버렸다. 물이 안 좋았는지, 제대로 굽지 못해서 그랬는지 약간 비린내가 나긴 했지만, 나름 오랜만에 먹은 생선구이라 짭조름하니 맛있게 먹었다.


작은 생선은 살을 발라내는 게 참 귀찮다. 중 사이즈 조기는 살은 얼마 안 되면서 내 소근육을 마구마구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 뒤처리는 세상 너무 귀찮다.


프라이팬에 생선기름이 잔뜩 배어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생선비린내가 온 집안을 점령해 버린다.


키친타월로 팬에 묻은 기름을 닦고 생선 쓰레기를 바로 처리해야 한다.

밥을 먹고 느긋하게 쉴 새도 없이 바로 설거지도 바로 해야 한다.

생선요리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거품을 낸다.

그릇을 하나 집는다. 슥슥 닦다가 옆에 쌓인 설거지 더미를 보니 뭔가 속이 답답하다.

'언제 다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대단한 뭔가가 나를 압도할 것처럼 괜한 부담감이 머리에 스친다.


영화 아저씨의 대사가 떠올랐다.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나는 오늘만 산다."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비장한 장면의 대사이자만, 나에게 중요한 포인트는 "나는 오늘만 산다"다.

그래. 오늘만 살자.

그래, 이 그릇만 닦자. 집중해서 닦다 보니 씻어놓은 그릇이 하나가 두 개 되고, 두 개가 세 개가 되며 어느새 설거지가 말끔히 끝나버렸다. 음식물쓰레기봉투도 쫑쫑 묶어 아파트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 바로 가져다 버렸다.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부담감을 느꼈던 자신에 머쓱해졌다.


살다 보면 내일 있을 일, 모레 있을지 없을지 모를 무언가때문에 불안하고 괜히 조급하다. 원빈처럼 어금니를 꽉 물고 "오늘만 산다"라고 외쳐보자.

오롯이 하나씩 집중해서 해나가면 진짜 별거 아닌 일에 내가 근심걱정하고 있다는 것에 헛웃음이 나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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