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저서 <공정하다 착각>

정당한 분노가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되는 현실 문제에 대하여

by 노정희

매일 아침마다 습관처럼 식사를 하며 뉴스공장 듣는다.

오늘 아침에는 ​<정의란 무엇인가>와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최근 그의 저서를 흥미롭게 읽었기에,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샌델 교수의 이야기에 집중할수록, 머릿속에는 뜬금없이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2016년 노동자들의 삶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이다. 평생 목수, 노동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던 다니엘 블레이크가 병을 얻은 후,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관료적이고 비인간적인 복지 시스템 속에서 한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짓밟히고, 평생 성실히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무시되는지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다니엘은 이런 시스템 안에서 무력감을 느끼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모 케이티를 돌본다. 관료주의에 찌든 정부가 외면한 자를 개인의 힘으로 돕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시스템 속 숫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인간임을 피력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저서에서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에 환멸을 느낀 노동자 계층을 조명한다. 그간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 학위가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던 시기가 꽤 오래 있었으며, 이들이 중산층 계급을 형성하고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보수 정당인 공화당과 심지어 진보 정당인 민주당 정권을 지나오면서도 미국 내 엘리트주의와 능력주의 토대가 확대되어 왔다고 그는 주장한다.

​미국은 기회의 땅인데, 그 과실을 따먹지 못한 사람들은 개인의 능력 부족과 나태 때문이라는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심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환멸과 수치심을 느낀 비학위 노동자 계층이, 바로 그들의 수치심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어쩌면, 미국의 수많은 '다니엘 블레이크'들의 정당한 분노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평생 노동으로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지켜왔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관료주의와 엘리트주의의 파고에 상처받아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의 정당한 분노가 정치적 목적으로 또 이용당하여 혐오나 극단주의로 변질되고 있는 모습을 보는 듯해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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