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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May 22. 2023

누군가에겐, 현실이 드라마보다...

도담도담 공익프로젝트

 성폭력 피해자 지원 국선변호사 업무를 한 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마음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들이 있는데, 오늘은 그중 한 사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맡은 사건의 피해자는 중학교 2학년으로 지적장애 중증입니다. 피해자의 부모님이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여 장애인 등록을 미루시다 이번 일로 결국 검사를 받고 등록을 했습니다.
가해자는 총 3명으로 한 명은 성인이고 나머지 두 명은 피해자와 같은 나이입니다. 편의상 성인가해자를 A라고 하겠습니다. A는 성인이라 13~16세 사이의 피해자를 강간한 혐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①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 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 2의 예에 의한다.
②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 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 2의 예에 의한다.

문제는 피해자와 같은 나이의 나머지 가해자 2명입니다. 편의상 B, C라고 하겠습니다. 이 사건이 신고되고, B와 C에 대한 조사가 있었습니다. B와 C는 피해자와 동의하여 관계를 가진 것이지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도 피해진술에서 B와 C가 폭행이나 협박을 사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B와 C는 강간죄가 성립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더욱이 피해자가 지적장애가 있었다는 사실을 범행 당시에는 알 수 없었고, 피해자와 주고받은 SNS등에서도 그러한 상황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성인가해자 A보다, 동갑인 중2 B와 C가 저지른 범죄의 죄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다는 것입니다. B와 C는 피해자가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을 이용하여 수십 차례 피해자를 불러내 건물 옥상이나, 야외 공중화장실에서 성폭행을 했습니다. 성폭행을 하면서 피해자에게 한 말은 차마 글을 쓸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피해자의 부모님도 사건 내용을 모두 확인하시고 성인가해자 A보다는 동급생인 B와 C가 처벌받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큰 기대를 할 수가 없습니다.

분명 B와 C의 행동은 잘못된 일이고,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B와 C  조차도 자신이 뭘 잘못한 것인지 모르고, B와 C의 부모와 주변사람들 역시 이 일을 그냥 넘어갈 것입니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복수하는 글로리 드라마가 한창 인기인 이 시기에, 우리 피해자가 저렇게 복수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잔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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