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 : 대략 5년전만해도 피해자국선변호사일의 대부분은 성폭력사건이었습니다. 그러다 뉴스를 통해 심각한 아동학대사건들이 보도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사건 신고율도 높아졌습니다.
제가 어릴 때 만해도 집에서 체벌이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교육목적 체벌이 많을 때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체벌을 경험한 부모세대들은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되어도, 훈육을 할 때 체벌을 가하다 신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 몸에 회초리나 몽둥이로 맞은 흔적이 있어 신고의무자들이 신고를 하면, 아이는 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진술을 하게되고 그 부모님들은 한결같이 저에게- “변호사님은 아이가 있으세요? ”
“아니요, 저는 없습니다.”
“그러니 모르시는 거예요, 애가 없으니 이렇게 일을 만드시는 거죠.”
피해자국선변호사일을 하면서 결혼을 하지 않아서, 애가 없어서 이런 일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아동학대의 가해자 중 친권자의 비율이 제일 높습니다. 특히 친권자 중 자기 아이가 자신의 소유물이고 통제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큰 사람은 그 학대가 잘 근절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이 꼭 상대방과 같은 상태여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불행한 일들을 겪었을 때 내가 그 일을 겪지 않았다해서 상대방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저는 좀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가 더 좋은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부모님 중에는 아이가 지적이나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지적장애가 있으면 학교에서 교과진도를 잘 따라가지 못하거나, 집에서 생활규율을 잘 지키지 못하여 훈육을 빙자한 매질이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아동학대로 신고되어 사건이 저한테까지 오게 됩니다.
그 부모님들이 끝까지 지적장애 검사를 미루는 마음도 저는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어떻게든 교육시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어제는 잘 따라하던 아이가 오늘은 못따라하면 바로 손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적이나 정신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그날그날 기분이나 몸 상태에 따라 학습의 차이가 심하게 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일시 보호를 위한 쉼터나 아동보호센터에 가면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센터선생님들은 어제 잘하던 것을 오늘 못해도 그러려니 하시기 때문입니다.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우리아이만 못 따라하면 어쩌지, 우리아이만 뒤처지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없으시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혼낼 일을 찾기보다, 칭찬하는 일을 찾아서 매일 매일 아이를 칭찬하니 아이는 센터에 있는 동안은 매우 잘 지냈습니다. 분명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부모님과 비교할 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센터선생님도 직업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센터에 있는 동안은 너무 행복했다는 아이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대표 : 아이가 있어서 그 이해의 폭이 너무도 확장되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때론 내 아이라 내 아이 한정으로는 그 시야가 한없이 흐려질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나에게 찾아온 귀한 손님으로 대하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것도 같아요.
사랑하고 사랑하는데, 가장 가까운 이들인지라 미처 필터링되지 못한 내 감정의 찌꺼기가 그대로 튀어 버리는 순간들-그런 순간들은 최대한 적었으면, 최대한 짧았으면, 그런 자국은 최대한 빨리 닦아냈으면 좋겠습니다.
종종 하는 생각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에너지가 많아서 아이들과 파장을 맞출 수 있는 부모, 그래서 감정적으로 조금 여유로운 부모가 자신의 엄마&아빠라면 정말 행운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글을 쓰면서 깊은 반성의 시간을 가져봅니다......너무도 자주 에너지 고갈을 느끼고 있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