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에 왔던 그 친구

by thirtynine

장례식에 왔던 그 친구


이 친구는 여자친구가 생겨 연락이 뜸하다고

마음 상하는 법이 없었다

연락이 뜸하면 잘 지낸다는 의미라 좋고

자주 연락하면 가까이 할 수 있어 좋다 했다

오랜만에 전화해도 늘 어제까지 통화했던 사람처럼

그냥 편안했다

가끔 서로 데이트하는 자리에 끼게 되면

우리는 최대한 빨리 자리를 비켜줬는데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가끔 야 약속 생겨서 지금 가야 돼 하고

자리를 비켜주며 서로의 주머니에

차비를 제외한 나머지 가진 돈을 쑤셔 넣는 것이

우리들 만의 인사법이었다


대학을 가지 않았던 친구는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했고

자취하는 내 방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넣어주고 가곤 했다

차가 없던 내가 멀리 계신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이

여의치 않아 전화하면 알았다 걱정마라 하고 짧게 대답하기 일쑤였다

허리 디스크와 뇌경색 치료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셨던 어머니께서는 친구를 나만큼 편하다 하셨다

그런 어머니께서는 명절마다 친구가 좋아하는 전을 일부러 많아 하셨는데 친구는 늘 뿌듯한 표정으로 그때마다 그 많은 전을 남기는 법이 없었다


친구의 여자친구를 자주 보았는데

이유는 내가 아플 때 통화가 되면 데이트를 하다 여자친구를 데리고 자취방에 시체처럼 늘어져 있던 나를 병원에 데려갔기 때문이다

친구는 내가 미안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그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본의 아니게 친구의 여자 친구들(?)은

나의 몰골을 이렇게 기억할 것이 뻔하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우리는

아이가 똑같이 둘이고

지금도 가족여행을 다닌다


영화 친구에서

“친구를 친할 친(親)자에 옛 구(舊)자를 써서 오래 두고 가깝게 사귄 벗”이라 하였는데

친구는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전혀 극적이진 않지만 서로에게 영화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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