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by thirtynine

노력



익사 직전에 한 줌의 호흡을 갈구하는 마음.

그것을 누군가는 생존 본능이라 치부하고

누군가는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 간절함이라 칭한다.

나에게 노력이란 생존본능과 그 간절함이 뒤섞인 감각기관의 기억이다.


가로등 불빛, 찬 공기, 겨울비의 축축함, 젖은 책, 살 끝의 한기 든 떨림, 오기와 분노가 뒤섞였던 비이성적 집착, 눈알에서 느껴졌던 이마의 뜨거움, 바득바득 갈리던 이, 터질 것 같이 꽉 쥐었던 오른손 주먹.

비 오던 초겨울, 거실에 어머니의 피가 낭자했다.

로드킬 당하기 직전의 노루 눈을 한 아버지의 손에 또 망치가 들려있다. 공부에 집중하던 내가 아버지의 소란과 술 냄새를 감지했을 때 안방의 어머니를 확인했어야 했다.

없다 생각했던 어머니는 밤낮 없던 노동으로 안방에 곯아 떨어져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다행인 건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아버지는 내 앞에서 더 이상 마음대로 폭력을 휘두르진 못했다.

나는 아버지의 손에 들린 망치를 집어던진다. 황급히 어머니를 외가댁으로 모시고 머리부터 확인했다. 어깨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안도한다.


눈이 시뻘건 나를 말리는 외삼촌을 뿌리치고 나는 곧장 집으로 달려왔다. 마당 곳곳에 기름을 뿌려놓았는지 신나 냄새가 가득하다. 내리는 비에 화를 면했을 것이다. 안방으로 들어갔지만 아버지는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있었다. 다 키운 자식을 잃은 후 하루도 술 없이 잠들 수 없는 그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그 순간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나에게 망치를 들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에게는 그것으로 뭔가를 내리쳐도 된다는, 신이 선물했다는 그 놈에 자유의지가 있었다. 진정 두려운 것은 흉기의 서늘함이 아니라 나에게 그 선택의 가능성이 허락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알 수 없는 울음으로 나는 시야에 방해를 받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진정시켰다. 그때 망치 대신 내가 든 것은 이불이었다. 이불을 덮어드리고 나는 그대로 책가방을 싸들고 뛰쳐나왔다. 집 앞 가장 가까운 가로등 아래에서 밤새 이를 바득바득 갈며 책을 들여다봤다.


무서운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저 살아남기 위해, 성공해 다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유치하지만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력이 그것이라 생각했다. 비 오던 초겨울의 그 밤, 가로등 불빛에 의지했던 나에게 그 감각으로 새겨졌던 기억이 노력에 관한 내 첫 번째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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