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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원 Nov 17. 2022

영어 이름을 쓰는 수평적 회사

첫 출근

  첫날이니까 일찍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30분 전에 도착했다. 선임은 이미 와서 일 하는 중이었다. 제기랄, 이렇게 열심인 직장이라면 도망쳐야 하나. 매달 1일은 바쁘다해서 선임은 나를 쇼파에 앉혀두고 일을 계속했다. 둘러보기라도 해야할까, 핸드폰 하고 싶은데 참아야겠지.


  - 안녕하세요, 열원님 맞으시죠?

  - 네, 안녕하세요.

  - 자두 매니저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선임은 나를 데리고 매장을 설명했다. 여기는 뭐고 저거는 뭐고. 왜 다 영어를 쓰는 거야. 영어 닉네임을 쓰는 것부터 알아봤어. 정말 영어 닉네임'만' 쓰면 수평적인 회사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다. 나는 늘 이렇게 부정적인 게 문제(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한다)였어.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자.


  선임은 나를 수많은 단톡방에 집어 넣었다. 나는 어제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을 설정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아냐, 후회만 할 수는 없어. 늦었어도 이제 만들면 되는 거다. 나는 화장실에 갔을 때 재빨리 멀티프로필을 만들었다. 프로필사진은 같은 것으로 했으니 대부분은 알아차리지 못할 거다.


  모름지기 신입이란 매사에 열성적이지 않은가. 나 또한 그렇다. 신입은 그런 파워가 넘쳐서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 또한 신입의 특권이다. 과한 게 귀여울 때를 즐겨야한다. 나는 열심히 질문하기 위해 선임을 불렀다.


  - 저, 체리 매니저님.

  - 자두예요.


  아.

  퇴사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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