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선언 (2)
그날도 엄청 깨졌다.
자두 부점장님은 본인을 무시하는 거냐고 했다.
업무 관련 질문을 바나나 님에게 이야기 했다는 것에 화난 것이다.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건가 싶었다.
잘못해서 혼나는 거면 몰라.
자두 부점장님의 비언어적 표현들이 싫었다.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고 한숨을 쉬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 조금 우발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 퇴사할게요.
그러고 나서야 우리는 서로를 괴롭히지 않았다.
자두 부점장님은 내게 남은 한 달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나도 그냥 한 달만 잘 마무리하고 나가자는 마음이었다.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나서야, 편해졌다.
그냥 평범하게 만났으면 어땠을까.
유머 코드도 맞고 대화도 잘 되었던 사람인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만큼 강렬한 인상의 사람도 아니었고, 오랜 시간을 안 것도 아니지만,
굳이 얼룩같은 사람으로 남아버린 것이 슬프다.
추가) 아니네 그새 또 뭐라 하네. 얼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