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은

04 홍대 고시원

by 열원

홍대 고시원에 머물 때 나는 Y와 만나고 있었다. 내가 대전에 살 땐 Y가 여수에 살았고 내가 서울에 사니 Y는 전주에 살게 되었다.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만나 데이트를 했다. 우리는 번갈아가며 서로에게 갔는데 서울에 올라와 살기 시작하고 한 번은 내가 전주로 갔으니, 이제 Y가 올라올 차례였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내가 이용하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하차장에서 Y를 기다렸고 Y는 호남선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나를 찾았다. 내가 서울 터미널에 대해 무지하다는 게 티났겠지만 애써 감추려 노력했다. 그 후 Y를 데리고 가장 익숙한 고시원 근처 홍대로 데려갔다. 그때 냉장식품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Y와 고시원 앞까지 갔다. 그러나 함께 고시원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외부인을 데려오지 못하는 것이 고시원 규칙이었기 때문이다. 고시원 문을 열면 택배 보관대가 있었고 그 뒤에 있는 총무실을 지나야만 고시원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앞을 몰래 지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조금은 잘됐다 싶었다. 그 작은 방에 애인을 들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니까. 나는 내 택배를 챙겨 고시원 방에 올라갔다. 스티로폼 박스의 테이프를 뜯고 음식을 냉장고에 채워 넣은 뒤 빈 박스를 들고 아래로 내려왔다. 막 더워지던 때라 Y가 더울까 서둘렀던 것 같다. 빈 박스를 들고 내려와 Y와 길을 나섰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홍대를 구경하고 옷도 사고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코인노래방도 가고. 익숙한 데이트 코스를 즐겼다. 그리고 예약해둔 모텔로 갔다. Y는 내 팔을 베고 누웠고 나는 그런 Y를 안아주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Y는 불편했는지 내 품에서 빠져나갔다. 그렇게 손만 잡고 있다가 한참 지나서 손도 놓았다. 넓은 모텔 침대에 각기 누워 편하게 잠들었다. 나는 잠들기 전에, 좁은 고시원 방에서 둘이 자는 상상을 했다. 넓지 않아 서로 꼭 안은 채로 행여 들킬까 소곤소곤 대화를 하는 모습, 벽 쪽에 붙은 사람은 좁아서 답답하고 바깥쪽에 누운 사람은 떨어질까 상대에게 꼭 붙는 모습, 땀이 나고 답답해도 그렇게 잠드는 모습. 고시원에 외부인이 출입할 수 있었거나 총무 몰래 Y를 들였다 해도 우리가 거기서 편히 잠들 수 있었을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잠들 수 있었을까. 이 작은 방에 사는 스스로를 초라하고 한심한 사람이라고 깎아내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서울에 혼자 사는데, 왜 애인 하나 재워줄 수 없는 걸까. 그날 밤 고시원이 내 공간이 아님을 느꼈다. 고시원은 사랑하는 사람을 하룻밤 재울 수도 없는 공간이었다. 들이기에 부끄럽고, 들일 수도 없는 곳.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라 고시원을 좋아했었지만,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고시원은 집이 아니었다.


다음 날 Y가 돌아가기 전 한강에 갔다. 나는 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것을 좋아했지만 Y는 더우니 가자는 내색을 계속해서 내비쳤다. 고시원 밖에서도 더워했을 Y를 생각하며 돗자리를 접었다. 나는 길을 확인한 후 빠르게 이동하고 싶었고, Y는 꼼꼼히 길을 찾아 이동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헤어지기 전 터미널 앞에서 싸웠다. 어쩌면 내가 서울에 대해 아는 체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는 게 없어서 빈수레처럼 요란했던 걸지도. 감추려고 큰소리를 냈던 내 모습이 부끄럽다. Y에게는 미안하다.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는데 둘 다 예민한 상태여서 그랬다. Y는 공부 때문에, 나는 우울증 때문에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날은 Y가 택배로 보낸 커플링을 받고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나는 버스로 이동 중이었고 우리는 텍스트로 이별에 합의했다. 서로 괜찮아지면 다시 연락하자는 말로 대화를 맺었다. 순진하게 그 말에 희망을 가진 채 살기도 했다. 시간을 한참 거슬러서 Y의 여수 집을 처음 찾아갔던 날, Y는 나를 대형마트에 데려갔다. 가서 이것저것을 사더니 리코타치즈 샐러드를 해주었다. 혼자서는 편의점 도시락만 먹는 인간이 말이다. Y의 자취방은 작은 편이었다. 작은 집에 겨우 나 있는 부엌에서 Y는 치즈를 만들었고 우리는 샐러드를 먹었다. 그러고 고시원 침대보다 조금 넓은 Y의 침대에서 함께 잠들었다. Y에게 그 공간이 부끄러웠는지 묻고 싶다.


아무튼 고시원을 나가고 싶었다. 하나 나는 나가는 법을 몰랐다.

이전 04화부유하기를 바랐음에도 가난하게 살아가는 몸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