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
‘야! 내가 해도 저거보다는 잘하겠다!’ 스포츠 경기에 흥분한 사람들이 종종 내뱉는 말이다. 주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소속된 선수를 향한다. 어떠한 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경우에 이러한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축구와 같은 팀 스포츠에서는 이 방향이 선수가 아닌 감독을 향하기도 하는데 오늘은 축구에서 한 팀을 맡은 감독이 보여줘야 하는 능력, 자격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다양한 감독의 능력이 필요하지만 크게 세 가지 정도만 살펴볼 것이다. 우선 경기에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 전술이다. 11명의 선수를 데리고 상대의 11명을 제압해야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인 축구는 선수가 많은 만큼 경기장 내에서의 분업이 활발하다. 이러한 분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포지션이란 개념이 탄생했다. 선수들이 우르르 올라가 공격하다가 우르르 내려와 수비하는 것보다 각자의 위치를 정하고 해당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 시간, 체력 모두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명의 선수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커버해야 할 공간을 할당해서 경기장을 빈틈없이 채워 상대를 제압하는 것, 이것이 전술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다. 전술에 있어서 감독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선수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며 개개인이 선호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지시와 전술 훈련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을 선수들이 이해하도록 하고 이를 경기장에서 자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유형의 감독이다. 이 경우 전체적인 방향성만을 정한 뒤 선수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위주로 경기하기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대비하기 쉽지 않다. 특히나 상위리그에 있는 높은 수준의 선수들은 각자 자신만의 창의성을 모두 갖고 있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대비하기 어려운 만큼 경기장에서의 파괴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면 자율성에 의존하기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선수들에게 맡겨야 하는 부분이 많기에 감독의 수가 잘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높은 수준의 축구 지능을 요구하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선수에게 의존할 수 있다. 자율적으로 경기를 풀 수 있는 만큼 결과를 선수에게 의존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선수들의 걸음걸이 하나, 스프린트를 시작하는 시간과 위치까지 지정할 정도로 세부적인 지시와 전술 훈련을 가져가는 유형의 감독이다. 약간의 고정관념일 수도 있는데 이러한 유형의 감독들이 주로 성격이 조금 불같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현재 맨시티의 감독을 맡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인데 펩은 선수들에게 굉장히 자세한 부분까지 지시를 내리고 이를 철저히 지킬 것을 요구한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를 굉장히 싫어하는데 일례로 펩이 바르셀로나를 지휘하던 시절, 앙리는 리스본과의 경기에서 펩이 지시했던 측면 플레이를 하던 도중 반대편 측면에서 공이 활발하게 도는 것을 보고 동료들을 돕기 위해 조금씩 이동했다. 반대편 측면에서 활발하게 공을 만지던 앙리는 결국 득점까지 하게 된다. 앙리는 굉장히 만족했고 하프타임에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펩은 앙리가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것에 굉장히 분노하며 득점까지 한 앙리를 45분 만에 교체한다. 자신의 그림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세부적인 전술을 지닌 감독들은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매뉴얼을 가지고 훈련하는 것이기에 팀에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경기장 내에서 자신의 지시로 인한 영향력을 크게 가져갈 수 있어 문제 상황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용이하다. 그러나 세부적인 지시가 잘 맞는 선수가 있는가 하는 반면에 자율적인 플레이를 더 선호하는 선수들도 있고 개개인에게 제한적 역할만 맡길 수 있기에 선수의 이탈에 대한 대체자를 찾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선수의 능력을 완전히 이끌어내지 못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감독의 전술적 역량과 함께 감독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선수단 장악이다. 요즘에는 조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감독이 선수 생활을 거친 뒤 감독이 되곤 한다. 선수 시절 스타플레이어였던 감독은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에 부임 초기 선수단을 장악하기가 용이하다. 선수들이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기반으로 하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다 좋아하는 감독은 세상에 없다. 시간이 지나고 해당 감독에 대한 장단점이 드러나고 감독이 선호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가 구분되고 나면 자연스레 불만을 갖는 선수가 생긴다. 이에 대한 갈등을 원만하게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팀은 와해되고 감독은 경질된다. 선수들이 자신의 전술을 이해하게끔 돕고 선수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선수들과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이를 토대로 좋은 성적을 내고 선수들의 역량을 이끌어낸다면 선수단은 감독 아래 하나로 뭉칠 것이다. 여기에는 보드진의 역량도 중요한데 감독에게 지나치게 반기를 드는 선수가 있다면 과감히 저지하고 다른 팀으로 이적시켜야 한다. 감독의 선수단 장악은 감독이 경기장에서 어떤 경기를 펼치느냐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술보다 더 중요한 감독의 역량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선수단을 장악하는 방식 역시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흔히 덕장이라 부르는 부드러움을 이용해 선수들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부드러움과 편안한 분위기를 이용해 선수들로 하여금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을 온전히 표출할 수 있도록 해서 좋은 선수단 분위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의미 없이 고압적인 분위기보다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이용하는데 이 경우 선수단의 기강이 해이해지지 않게끔 감독이 중심을 잘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부드러움이 있는 것처럼 강함도 존재한다. 우리가 감독하면 떠올릴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이용해 선수들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카리스마를 이용해 선수들에게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고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뭉칠 수 있게 한다. 때로는 선수들에게 비판을 하기도, 때로는 선수들의 방패가 되기도 하며 선수들의 존경심과 충성심을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카리스마가 팀을 휘어잡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지나칠 경우 선수단, 보드진과의 마찰, 갈등이 생길 수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감독의 능력은 인터뷰다. 언론과 소통하는 능력인데 앞서 설명했던 두 부분보다 조금은 중요도가 떨어질 수 있으나 자칫 잘못하면 위 두 부분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나 기자들과의 설전이 자주 발생하기로 유명한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언론 대응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 기자의 질문과 감독의 답변이 기자의 글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언론 대처하는 것은 대외적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수들, 보드진 역시 기사를 접하고 이로 인해 선수단의 분위기가 침체될 수도 있고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갈등을 만들기도, 심화시키기도 한다. 이 역시 넓은 의미에서 선수단 장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언론에 대한 대응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해외축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 호전적인 타입이다. 조세 무리뉴 감독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유형은 기자단과의 마찰을 즐기고 물러서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이 무조건 감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언론에 시달리는 것은 감독뿐만이 아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인데 때때로 감독이 호전적인 인터뷰를 통해 언론의 관심을 자신에게 향하게 해 선수들을 구하기도 한다. 또는 라이벌전 직전 기자회견에서 강한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의 투쟁심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과의 마찰을 지속적으로 하기에 구단 입장에서 마냥 좋아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비밀이 많은 유형이다. 아르센 벵거와 같은 유형인데 이들은 언론과의 마찰을 피하고 구단이나 선수단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예상되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한다. 과묵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이 유형은 언론 대응을 통해 선수단에게 어떤 영향을 이끌어내기보다는 혹여나 그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위험을 대비해 언론 대응을 최소화한다. 긍정적 효과를 위해 부작용 위험을 감수한 행동을 취하기보다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 역시 최소화하는 방어적인 타입인 것이다. 구단은 불필요한 마찰을 하지 않는 감독을 마음에 들어할 수 있으나 선수단에서 목소리를 너무 내지 않는 감독을 답답해할 수 있다.
스포츠, 특히 축구판에서 감독 교체는 너무나 자주 있는 일이다. 성적을 이유로, 마찰을 이유로 여러 감독이 경질당한다. 감독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고 축구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감독들도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어떤 새로운 진화를 할지, 어떤 새로운 인물이 탄생할지, 앞으로의 축구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