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입은 마음

by 소혜


오도독, 얼음을 씹는 계절.

창문을 열면 썬캐쳐에 부딪힌 빛이 방안에 무지개를 만든다.

아, 여름은 초록과 빛이 덥석 쏟아지는 계절이었지.

밖은 푸르고 과일은 무르익는데, 마음은 왠지 상온에 꺼내 둔 우유처럼 금방 상할 것만 같아 울적한 기분이 든다.

나는 여름을, 아니 어쩌면 여름이 데려오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끈적한 땀과 습도, 지겨운 장마, 모기, 짧은 밤 같은 것들. 마음속의 다정함을 끌어모아 견뎌내는 지루한 하루가 반복된다. 뒤척이게 하는 모든 것들이 미워질 때면, 빨간 수박을 한 조각씩 꺼내 먹고는 다시 잠에 든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선명한 여름의 조각이다. 눅눅한 고민도, 끈적한 불안도 잠시나마 덜어내 준다.


어느 여름에는 갈피를 잃고 헤매기도 했고, 모기 같은 이에게 마음을 잔뜩 물려 간지럽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여름은 짙은 이야기가 유독 많이 생겨나는 계절인 것 같다. 여름에 피어난 이야기들은 늘 마음에 잔향처럼 오래 남았다. 때로는 아프기도 했지만 깊숙한 곳에 단단히 고인 감정들이 나를 풍성하게 해 주었다고 믿는다.

빛과 녹음의 절정, 낭만의 시절, 청춘의 이름.

그 어떤 뜨겁고 열렬한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모두 어울리는 계절은 아무리 생각해도 여름뿐이니까.

늘 그렇듯 서투르게 맞이하고 애틋하게 보낼 이 계절이 한 뼘의 다정함으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담벼락에 고개를 늘어뜨린 능소화가 가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도 붉고 선명하기를, 소중한 마음들도 그렇게 쉽게 바래지지 않기를, 떠나간 것에는 미련보다는 잔잔한 여운을 가지기를.

그렇게 조금만 더 성장하고 다정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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