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졸업을 앞둔 나는 매일같이 옷깃을 부지런히 당기며 소복이 쌓인 눈길을 가로질렀다. 도서관 앞에는 커다란 동상이 있었고 왠지 모르게 그곳에 쌓인 눈은 유독 하얗고 깨끗하게 빛났다. 그리 오래된 기억은 아니지만, 이어폰을 꽂고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에서 커다란 동상을 왼쪽에 두었다 오른쪽에 두었다 하며 장난치듯 걷던 길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귓가에 이문세의 옛사랑이 흐르던, 오래된 나무 향과 옅은 담배 냄새가 섞여 있던 그 길. 함께 걷다가 어느새 혼자가 되었던 길. 이제는 그때의 공기와 나의 마음만 남은 길. 그래도 지나고 보면 다 괜찮았던 길.
그 길에는 발자국보다 먼저 쌓이는 추억과 마음들이 있다. 문득, 있었다.라고 쓰려다가 다시 고쳐 적는다. 어떤 마음은 계속 살아있게 두고 싶다. 벚꽃부터 첫눈까지의 시간이 참 짧다는 걸 아직은 몰랐을 때, 작은 낭만에도 쉽게 휘청이던 마음. 그래서 깨지기 쉬웠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마음.
살갗에 닿는 공기가 차질 수록 마음 어딘가에 그 하얀 눈길이 쌓이는 것만 같다.
흰 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광화문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높이 자꾸 올라가네
이문세-옛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