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에는 레몬 사탕에 빠져 있었다. 입안에 맴도는 새콤달콤한 맛이 푹한 여름의 해상도를 올려주는 것만 같았다. 마냥 달지 않고 혀끝에 윤곽을 남기는 쌉싸름한 맛 덕분에 지루한 계절이 조금은 또렷이 느껴졌다.
그는 이런 시큼한 맛을 싫어했다. 신 과일이나 산미가 있는 커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거트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내색한 적은 없지만 나는 그의 입맛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느릿한 숟가락질과 조금 구겨진 미간, 그리고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 심심해서 괜히 셔터를 누르던 순간들. 찰칵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눈을 흘기면, 시치미를 뚝 떼며 접시를 내 앞으로 슬쩍 밀어주던 모습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빙수 위에 올라간 새빨간 딸기를 포크로 쿡쿡 찌르며 바라보면, 예쁘다. 진짜 예쁘네. 내가 먹는 내내 지겹도록 중얼거리던 모습도.
돌이켜보면 우리는 서로 잘 맞지 않았다. 입맛과 취향, 성격, 외로움을 견디는 방식이 모두 달랐다. 다름은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일으키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기준이 흔들리며 따라오는 이해와 인내가 필요했다.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도 톱니바퀴처럼 꼭 맞물리는 다름도 있지만, 한쪽이 오래 참아야만 겨우 굴러가는 다름도 있다. 생각이 많은 내가 자주 멈춰 서서 마음의 방향을 되짚는 동안 그는 이미 몇 걸음 앞서 있곤 했다. 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나를 재촉하기도, 말없이 기다려주기도 했지만 그는 분명 나를 견디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견디고 있었다. 다툼이 싫어서, 뾰족하고 모난 말을 뱉을 까봐, 우리가 맞지 않는다는 걸 인정할 수 없어서. 그러나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와르르 터져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던 어느 봄은 날이 유난히 포근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비 오는 날 카페에 마주 앉아 서로가 없던 삶으로 돌아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다. 창밖에는 뿌연 회색 하늘에 먹구름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는데, 문득 어두운 구름도 가장자리에 환한 은빛 수평선이 존재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혹시 지금 우리에게도 그런 희망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이 툭 떨어질 듯한 그의 눈을 보자 나는 잠시 아득해졌다. 우리는 함께 빛나던 곳으로부터 이미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