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문자답 일지

by 지그시

처음에는 이렇게 마지막 글을 쓸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시작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쓰다가 쓸 이야기가 없어진다면 잠깐 쉬면서 언젠가는 마무리하자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보다도 제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축적되어 있었는지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왔고. 이렇게 한 번도 쉬지 않고 마지막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자문자답 일지를 쓰며 아빠와의 관계에 뭔가 개선이 있었느냐 묻는다면, 전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 안에 해결해야 할 감정적인 문제가 얼마나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게 됐죠. 아빠와의 문제는 역시 1, 2년 가지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 문제의 무거움을 새삼 다시 체감하게 됐습니다.

이 일지를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이곳에서 이야기했던 것들을 더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겨 보려고 합니다. 여기서는 지금도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노력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으니까요. 사람이란 얼마나 변덕이 심하고 약한 존재인지, 전날 결심했는데도 다음 날 술을 먹고 들어 온 아빠를 보면 결심했는데도 불구하고 감정이 통제되지 못할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것 역시 어쩌면 제가 지금도 아빠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르겠으나, 저는 계속 실망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아빠를 포기를 해버리는 것이 무섭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의 자문자답 일지는 저에게 마지막 수단이자 마지막 보루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제 글에 동감해주신 게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저는 정말 미약한 존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여야 될 가족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평생 가지고 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비극적인 일이 흔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제 주변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자기 자신으로서 당당히 인생을 살아가길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를 포함해서 말이죠.

여기까지의 자문자답 일지가 아무런 답을 주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작은, 실낱같은 따뜻함과 위안을 여러분에게 건네줬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게 저에게 아주 큰 위안이 되니까요. 제 상처와 상처가 아물고 있는 모든 과정이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늘 애쓰고 버티고 있는 모든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어떤 의미로는 이 일지가 우리 모두의 삶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