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건강 상태가 많이 악화됐다는 게 요즘 많이 느껴집니다. 평상시에도 기침과 가래는 자주 있었지만 작년부터 그 증세가 더 심해졌고, 최근에는 기침소리에서 제대로 가래를 뱉을 힘이 없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엄마 말로는 병원에서 폐에 결절이 보인다고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빠는 몇 년째 제대로 된 검사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엄마가 병원을 예약해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술을 먹느라 병원에 가지 못한 적이 수두룩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엄마와 저도 아빠가 먼저 가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병원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됐습니다.
고혈압, 당뇨에 더해 심장에 스텐트 시술까지 한 아빠는 먹는 약만 한가득입니다. 하지만 그 약마저 술을 먹는 날에는 먹지 않으니 집에는 늘 약이 남아돕니다. 때때로 저는 그런 아빠의 모습이 꼭 스스로 죽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옛날에 찍은 아빠 사잔을 보면 지금 아빠의 얼굴이 얼마나 상했는지 확연하게 비교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빠의 간이 건강할 리가 없겠죠. 저는 언젠가 아빠가 길에서 쓰러져 지금 당장 간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저는 어디선가 점점 카운트다운이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빠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현실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 아빠 주변에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많이 돌아가셨습니다. 전부 오랜 기간 술과 담배를 해서 생긴 병으로 그렇게 된 것이었죠. 그렇다 보니 이제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제가 아빠에게 어쩌면 간 이식을 해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친구들은 걱정부터 했습니다. 아무리 딸이지만, 반드시 해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며 잘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말했죠. 간이식 수술을 하면 이식 수술을 한 사람의 컨디션이 수술 전에 비해 안 좋아진다는 말도 많이 있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절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고마웠지만, 사실 제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아빠에 대한 제 마음은 이미 많이 멀어져 있습니다.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눈물 하나 안 날 것 같다고 생각한 건, 아빠가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충분히 평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정말 갈 때까지 갔구나, 싶었지만 아빠와의 관계아 이렇게 끝맺음 되는 건 싫었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안에 묵혀둔 감저을 꺼내서 두서없이 펼쳐보고, 거기서 해답을 찾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작업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을 시작한 것 자체에 아무 의미도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이미 많이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 끝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아직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고, 그럴 수 있는 아빠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아빠에 대해 기도하다 보면 아주 가끔은 아빠가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니까요.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는 지금, 저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발버둥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