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 Evidence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발자국

by 지그시

물기를 머금은 흙일수록

발자국은 선명하게 남았다.


한밤중에 열리던 도어락 소리.


터덜거리며 다가오던 무겁고도 느린 발걸음.


멍하니 TV 화면만을 응시하던 초점없는 눈.


가족을 위하는 대신 스스로를 위하는

연민으로만 가득 눌렸던 등.


평생동안 술을 마시지 않게 될

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게 필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을

발자국들이었다.


흙은 그 자국이 희미해져도

잊어버리는 법이 없으니까.


잊어버린 듯 싶어도 그 속에

얕고 깊은 모든 형태를

간직하고 있으니까.

이전 10화뒷모습 /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