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우연히 찾아옵니다.
어두운 밤,
대학교 앞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술에 볼짝이 빨갛게 익은 학생들이 버스에 오릅니다.
대학교 간판이 탁- 꺼집니다.
버스로 지나가며 그 순간을 포착합니다.
마침 내가 그 앞을 지날 때,
마침 내가 그 버스를 타고 있을 때,
마침 그 시간이 소등 시간일 때.
가로등 불이 탁- 켜집니다.
횡단보도를 지나가며 그 순간을 포착합니다.
마침 내가 그 곁을 지날 때,
마침 내가 그 횡단보도를 걸을 때,
마침 그 시간이 점등 시간일 때.
수많은 우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들 때,
영화의 주인공이 됩니다.
마침 내가 지나갈 때,
마침 나를 위한 세상이 준비되었습니다.
환상적인 상상과 착각의 순간에서는
망각의 축복이 내립니다.
잊어야 되는 것도,
잊어도 되는 것도,
마침 찾아오는 행복한 우연에 씻어 내리고,
마침 찾아오는 망각의 순간에
몸과 마음을 기대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