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는 사랑을 먹고
엄마가 아기를 품는다. 똑 닮은 귀를 달고, 사랑을 느끼며.
탯줄로 이어진 아기의 태명은 '소원'이다. 부부의 오랜 소망을 닮아 동그랗고 예쁘다. 엄마는 아기를, 아기는 엄마를 따라한다. 사랑도 닮는다.
소원이는 싱그러운 봄날에 태어난다. 벚꽃이 필 듯 말 듯, 소망이 가득한 때에 태어난다.
엄마는 춥고 달큰한 겨울을 보내고, 더부룩 산만큼 부른 배를 보살핀다. 곧 만날 아기를 보살핀다.
아빠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걱정한다. 당신이 가장이 되어 살릴 것들을 생각한다.
소원이의 볼에 찍힌 분홍빛 그라데이션은 벚꽃을 닮아, 흩날리는 벚꽃의 무게에도 책임 무거운 밤들이 날날이 간다. 아기는 잘 울고, 잘 웃는다. 그래, 언제든 그런 아이가 되어라, 말하며 아이를 안고 토닥인다.
사실, 엄마가 그렇다. 엄마는 잘 웃지만 잘 울기도 한다. 말소리는 경쾌하고 또르르하다. 높낮이가 큰 말투는 사람들을 훅 놀래키기도 한다. 느끼는 것을 말투에 담아, 기분의 높낮이를 어조에 담아 구슬같은 말들을 뱉어낸다. 구슬들은 줄에 하나씩 엮이기도 하지만, 튀어나오는 것들이 있다.
생각과는 다르게 툭 튀어나오는 말들은 동그란 구슬보다 모난 것들이다.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가버릴 때, 엄마는 흠칫 놀라곤 한다. 원래, 뱉는 말을 가장 먼저 듣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말은 그 사람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그럴 때마다 익지 않아 텁텁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실망하곤 한다.
아기가 태어난 봄날은 비바람에 꽃잎 떨어지듯 새어나가고, 구름이 햇빛을 덮어주지 않는 초여름의 더위가 무르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