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벚꽃이 채 피지도 않았는데 비가 쏟아질 거라는 예보에,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꽃을 가여워하며, 이제 만개할 때인데 져버려야 하는 파르르한 꽃잎을 바라보며, 얄팍한 바람에도 굳세게 살아보라는 말들과 함께.
얼마 전, 세찬 비에 줄기 꺾인 벚꽃 덩이를 주워왔습니다. 마당에 홀로 떨고 있기에.
우리 집 강아지도 벚꽃을 구경하게 해주고 싶어 꺾인 벚꽃을 내밀었습니다. 냄새를 킁킁 맡고는 홱 돌아섭니다.
서리야, 내가 꺾은 거 아니야. 주워 온 거야.
그래도, 마당이 마지막 숨 쉴 곳이라고 굳게 믿으며 그 끝을 준비했을 꽃덩이에게 미안해집니다. 내 마음대로 주워왔으니 말입니다.
울퉁불퉁한 갈색 가지를 아프지 않게 자릅니다. 비스듬하게, 물을 더 많이 머금을 수 있도록. 컵을 꺼내 찰랑한 물을 담고 가지를 담가봅니다.
부모님이 피식, 웃습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뭐 하니!
하루, 이틀. 꽃이 죽지는 않습니다. 싱싱해지지도 않고 그냥 그렇습니다. 역시 꺾인 가지는 돌이킬 수 없구나, 생각하며 물만 갈아줍니다. 물을 마시는 것도 같습니다.
사흘. 꽃잎이 툭, 툭, 떨어집니다. 연분홍 잎은 밖에 오래 내어 둔 사과처럼 시들어갑니다. 물을 갈기 위해 꽃을 만질 때마다 미안합니다. 자연을 향한 마음은 언제나 사람의 이기심밖에 되지 않습니다. 삐- 삐이- 다 멈춰버린 심장에 끝끝내 전기 충격을 주었습니다. 내 잘못입니다.
나흘. 물을 갈아주기 위해 꽃을 들어봅니다. 꽃잎이 툭. 떨어진 꽃잎 사이로 어린잎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초록색도 아닌 어린 연두색의 무언가가 나오려고 합니다. 꽃잎이 툭. 자라려고 합니다. 살려고 합니다. 깨끗한 물을 줍니다, 응원하며.
닷새. 눈을 뜨자마자, 어리고 여린 잎의 행방을 보려 커튼을 젖힙니다. 어제보다 더 짙어진 잎이 빼꼼, 이제는 확실합니다. 살아 있습니다. 살아서, 잎을 내려고 합니다. 여름을 맞이할 수 있겠니, 물으며 쓰다듬어 봅니다. 그 어린것은 잘도 빳빳합니다. 어린잎의 솜털이 마치 어린 아기의 솜털 같습니다. 내가 너를 감당할 수 있겠니, 물으며 미소를 내어줍니다.
할 수 있는 것은 깨끗한 물을 갈아주는 것, 혹시라도 뿌리가 나는지 살펴봐주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나의 응원이 닿는다면, 무심코 주워 온 꽃덩이는 몇 해를 걸쳐 더 큰 꽃을 피우겠지요.
떨어지는 꽃잎 하나하나마다 어린잎을 걱정합니다.
시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