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길, 그 숨바꼭질의 기억

꽃잎 속에 숨어 있던 어린 날

by 디바인힐러

국민학교 시절, 학교까지는 걸어서 한시간이 넘게 걸어야 했다.

길 위에 쏟아지는 햇살은 늘 밝았고,

내 어깨에는 커다란 책가방이 매달려 있었다.


그 길 양옆에는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있었다.

바람이 불면 연분홍 물결이 출렁였고,

우리는 그 꽃길을 지나며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를 만들었다.


수업이 끝난 오후,

친구들과 나는 집으로 곧장 향하지 않았다.

책가방을 맨 채, 코스모스 사이로 숨어들었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는 목소리가 울리면,

우리는 꽃잎 사이로 흩어져 웃음을 감췄다.


꽃은 우리를 품어 주었고,

꽃잎은 마치 문지기처럼 우리의 비밀을 지켜 주었다.

책가방이 풀숲에 걸려도,

옷자락에 흙먼지가 묻어도 상관없었다.

그 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아이가 되었으니까.

해가 기울고 노을이 코스모스를 붉게 적실 때,

우리는 마지못해 집으로 향했다.

책가방은 여전히 무겁고 발걸음은 느렸지만,

그 길은 웃음으로 가득 찬 가장 짧은 길이었다.


지금도 가을 바람에 코스모스가 흔들리는 걸 보면,

나는 꽃잎 속에 숨었던 그날의 아이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던 나를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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