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흐르기 위해 사라졌다
그 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물고기였다.
말 대신 물살을 타고, 울음 대신 흐름으로 세상을 건넜다.
강의 숨결이 아이의 호흡이었고,
맑은 물결은 아이의 머리카락이었으며,
물속의 그림자는 아이의 발자국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아이를 본 적 없었다.
아이는 강처럼 조용했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언제나 잊힌 존재였다.
어느 날부터, 강이 마르기 시작했다.
공장의 검은 배출수, 버려진 플라스틱,
무심한 개발이 강을 짓눌렀다.
물고기 아이의 눈은 탁해졌고,
지느러미는 무거워졌으며,
숨은 얕아지고, 강바닥은 깊어졌다.
“나는… 이 강이 멈추면 나도 멈춰.”
어느 날, 한 아이가 강가에 앉아 조용히 울었다.
“왜 강이 아파요? 왜 친구들이 떠나요?”
그때 물고기 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속삭였다.
“내가 흐를 수 있게, 너의 마음을 흘려줘.”
그날 밤, 작은 아이는 물을 길어 강으로 나갔다.
두 손보다 더 많은 눈물이 아이의 뺨을 타고 흘렀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아이는 울었고, 물을 부었고, 다시 울었다.
그 마음은 퍼져나갔고,
마을의 아이들이 하나둘 강가에 모였다.
어른들도 말없이, 진심으로 물을 들이부었다.
며칠 뒤, 말라붙었던 강바닥에서
작은 움직임 하나가 반짝였다.
그곳엔 투명한 비늘을 가진 물고기 한 마리.
그 속엔 아이의 눈처럼 맑은 눈동자가 깃들어 있었다.
“나는… 흐르기 위해 사라졌어.
하지만 너희 덕분에 다시 흘러.”
그날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 강을 잊지 않았다.
강은 ‘흐름’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다.
물고기 아이는 다시 흐르는 물속에서 조용히 미소 지었고,
그 미소는 햇살 아래 반짝이는 비늘이 되어 하늘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이들이 고개를 든 하늘 위엔
하얀 물고기 모양의 구름 한 점이 떠 있었다.
이 세상에는 흐르기 위해 사라지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눈물이 닿을 때,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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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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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로 태어난 아이와 말라 가는 강》은
잊힌 생명과 흐름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생태 우화입니다.
1편은 '사라짐'과 '회복'을 통해
마음이 흐를 때 강도 살아난다는 진실을 전합니다.
브런치 감동 시리즈 보기:
https://brunch.co.kr/@5afb6438f757404
글·그림 ©divinehe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