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어.. 어머니! 저.. O영 엄마예요"
"왜? 무슨 일로 전화했나?"
"O영 아빠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어요"
"그래서.. 5년 동안 연락 한번 없더구먼.. 왜 답답해서 연락했나? (욕설) @#$%*&^%$#5^& 숨도 쉬지 않고 할 말이 많으신 듯 막 퍼부었다. 남편이 얼마나 다쳤는지 걱정 썩인 안부는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미쳤지 왜 전화를 했을까?
때늦은 후회를 했다.
"어느 병원에 있나?"
시어머니 질문에 난 병원과 병실 호수를 알려 준 뒤 전화를 끊었다.
시어머니와 통화를 했던 다음날 아침 남편과 나는 병실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너무 이른 시간 연락도 없이 병실로 들어서는 시어머니와 남편의 둘째 형을 보며 깜짝 놀랐다. 우리는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고개만 끄덕 인사를 했다. 서로 서먹한 듯 말을 건네지 못했다.
시어머니와 시아주버님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없이 우리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워 식판을 들고 병실밖 복도로 자리를 피했다. 난 병실로 돌아가기가 싫어서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숨만 쉬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듯 두 분은 내가 있는 복도로 나왔다. 시어머니는 나를 보며 "간다" 딱 두 마디만 하시고 돌아갔다.
두 분이 다녀간 이틀 뒤 시어머니는 또 연락도 없이 혼자 오셨다. 난 그 자리가 불편하여 또다시 병실밖 복도로 나왔다. 복도 중간쯤 걸어갈 때 뒤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시어머니였다.
"뭐 하려고 전화했나! 이 꼬라서 니 보여 주려고 연락했나? 안 보고 사니까 편하더라. 너들 보태줄 돈도 없고
내 먹고살기도 힘드니!(욕설) @#$%^&**&^%$#$%^& 앞으로 연락하지 마라 "라고 하셨다.
난 막무가내 퍼부어대는 시 어머를 그냥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의 주변에는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난 창피스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신 듯 휙 그냥 그렇게 돌아가 버렸다. 난 날벼락을 맞은 듯 축 처진 몸으로 병실로 들어왔다. 병실 침대에 누워서 시어머니가 나에게 고함을 지르며 막말을 퍼붓는 소리를 듣고 있던 남편은 나를 보며 말했다.
" 미안하다 내가 엄마 대신 사과 할게. 지금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얼른 나아서 일어나면 평생 너와 아이들을 위해 살게. 아무도 우리 가족을 건들지 못하도록 내가 지켜 줄게 "라며 눈물을 훔쳤다.
TV에 나오는 연예인 박 수홍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박 수홍 부모님 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자식한테 저렇게 하는 부모가 어디 있냐고?) 세상에 저런 부모도 있다. 나의 시어머니도 그랬다.
나의 큰아들이 돌 무렵 유모차에서 떨어져 반만신 마비가 되었을 때 "병신 자식 평생 업고 지고 사느니 죽는 것이 났다 "라고 했다. 나에게 목숨보다 소중했던 자식이다.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다.
"난 모른다 너희 자식이니 죽이든 살리든 네가 알아서 해라. 난 돈도 없고.."라는 말만 남기고 휙 그냥 그렇게 가버렸다. 돈이 필요했지만 시어머니께 돈 얘기는 하지 않았다. 손주가 아플 때 십원하나 성의는 표하지 않고 나의 가슴에 대못만 꽝꽝 박아놓고 가셨으면서, 남편의 교통사고로 11살이었던 작은 아들이 이웃집에 밥동냥 다닐 때도 외면했으면서 이제 와서 왜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손주들이 보고 싶다 하시는지. 난 평생을 가슴 알 이를 하며 살았다. 이 글을 쓰며 지난 기역에 또 한 번 눈물을 쏟았다.
지난 추석에 시어머니는 나에게 전화를 한 뒤 곧장 남편 한 테로 전화를 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 어느 자식 하나 오지도 않고 외롭고 쓸쓸하다"라며 또 투정 섞인 하소연을 했다. 명절 분위기를 양껏 즐기고 있는 아이들과 나를 배려한 듯 남편은 전화기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정말 몰라서 물어요? 자식들이 안 갈 때는 이유가 있겠죠. O영 엄마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 그렇게 막말을 해놓고"라고 말했을 때 시어머니의 대답은 그랬다고 한다. " 내가 언제 그랬나 기억이 없다 너희들은 별것을 다 기억한다 " 라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고 했다.
남편은 저렇게 말씀하시는 시어머니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기억이 감퇴된다 하지만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건지 그저 우기면 되는 줄 알고 외면하고 싶으신 건지.
시어머니는 그렇게 우리가 살만할 때는 우리를 그리워하는 한 얼굴, 그리고 우리가 힘들 때 우리를 외면하는 다른 얼굴 두 얼굴로 우리의 마음을 항상 괴롭힌다.
난 그분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