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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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보자면 유산은 단순한 문제다.
자기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려는 본능.
식물이든 동물이든 다르지 않다.
인간 역시 후손을 남기고 지켜내려 하는 것은
의식적이라기보다 자연이 새겨놓은 주문이다.
그러나 본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바로 물질 유산이다.
죽은 뒤에는 누리지 못할 것을,
굳이 더 많이 쌓고 또 쌓는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죽는 순간 무용(無用)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무용을 온 힘을 다해 쌓는다.
그리고 그것이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남겨 지기를 바란다.
죽은 뒤에도 영혼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아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있다면 이들이 죽은 뒤에 평생해오던 습관이 돌변해
“재산 따위 아무것도 아니더라 후손들
너희는 너희 방식대로 살아라.”이렇게 말할 것 같지는 않다.
무언가 흔적을 남기긴 남겼을 텐데,
그런 일이 드러나지 않는 걸 보면
신도
영혼도 있다는 걸 못 믿겠다.
만약 영혼이 있었다면 후손의 삶에 개입했을 것이고
그렇게 될 수 있었다면 세상은 끝없는 불공평이었을 것이다.
부귀한 가문은 더 부귀해지고,
가난한 집안은 더욱 소외됨이 가속되었을 테니까,.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차라리 신이 없는 편이 더 공평할 수 있겠다.
제사상 차려주는 것에 따라서 더 많은 복을 주는 것이라면,
가난한 집안에서는
차라리 신이 없다는 게 안도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신이 있다면
있다면 말이다.
공자가 말한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라고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아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평생의 습관대로 살다 보니 나이 들어서도
내키는 대로 살아도 벗어남 없더라고 했다.
그만큼 습관이 무섭다는 이야기다.
물론 공자는 착하게 질서를 지키며 살았더니
늙어서도 그 습관을 벗어나지 않더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한 이야기지만,
반대로 자기만 알고 자기 욕심만 채우며 살던 사람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다는 뜻이지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 평생에 자기밖에 모르던 사람이
죽었다고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하거나,
습관을 버리고 무소유의 경지에 들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거기에 조상신으로 후손의 삶에 개입하고자 한다면 그 욕심 어디 가겠는가,
그대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