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안의 우주

by 박희정

바늘구멍 안의 우주. ㅡ


바늘구멍 안에 세상이 있었다.


어릴 적 바느질하던 어른들 대신해서 바늘귀에 실을 꿰던 날이 있었다.

바늘을 허공에 대고 눈을 맞췄다.

그 작은 구멍에 하늘이 들어 있었다.

알지 못했지만 어쩌면 그때 처음으로

작은 것 안의 세계를 보았는지 모른다.


요즘 끌어당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주의 주파수를 맞추면 원하는 일이 생긴다고,

말만 들으면 멋지다.

간절한 마음만 있으면 세상이 움직인다고 하니.


살다 보니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안다.

바라던 일이 어그러지고 최선을 다해도 따라주지 않는 결과들,

이유 없이 닫히는 순간들을.


노력은 물론 중요하다.

간절함도, 절실함도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삶은 훨씬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는 불공평하다.


실패는 실력의 부족만으로 오는 게 아니고, 성공은 항상 노력의 대가로만 주어지지 않는다.


하다못해 고스톱을 치더라도

“운칠기삼”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어떻게 인생을 이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 말엔 기가 막히도록 정확한 무언가가 있다.

아무리 머리를 써도 패가 따라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삶에도 어쩔 수 없는 흐름과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손 놓고 살 수는 없지만,

내가 어떻게 그 흐름을 견디고 또 준비하는 가다.

운을 기술로 만들 순 없지만 기술을 운의 문 앞까지 데려갈 수는 있다.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까지 일지 모른다.


바늘구멍으로도 보이는 것이 우주이듯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들,

그 하나하나가 실처럼 엮이고 쌓여 결국 나만의 무늬를 만들어간다.

우주는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우주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는, 분명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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