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뜻미지근한 하루

by 박희정

뜨뜨 미지근한 하루. ㅡ


언젠가부터 그런 일이 자주 생긴다.

무언가를 말하고는 있지만, 그 말들이 내 안에서조차 맥을 잃고 공중에 흩어질 때가 있다.

마치 한여름날, 미지근한 물로 세수를 하는 기분이다.

차라리 얼음물로 얼굴을 내리치는 것처럼 선명하게, 팍 하고 정신이 들게 해 주면 좋을 텐데—

그런 자극은 더 이상 없다.


이게 언제부터였을까.

어쩌면 아주 큰 고통을 겪고 나서였던 것 같다.

그 끝에서 무언가를 마주했고, 그 이후부터는 이전처럼 일상의 감각 속에 깊이 들어앉지 못했다.

삶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는 일에는 힘 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러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싶은 마음 때문이다.


간절함.

예전엔 분명히 있었다.

무언가를 원했고, 그래서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간절함도 잊은 게 익숙해져 버렸다.

다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시큰둥하다.

그토록 원했던 것들이 막상 내 앞에 놓이면, “그래, 그렇구나.” 하고 마는 게 전부다.

다다라야 할 어딘가가 있었던 그때와는 다르다.

지금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넘긴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일도 뜸해졌다.

무언가를 찾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어디론가 향하고자 했던 마음도 멀어져 버렸다.

세상도 그렇게 흐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나는 바람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한번 찬물에 얼굴을 적신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이렇게,

뜨뜻미지근한 물에 얼굴을 담그는듯한 하루를 받아들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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