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까지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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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그는 여전히 그 사람일까.
오래 함께 살아온 얼굴을 보고도
아무 느낌이 없을 때,
그를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까.
기억하고 판단하고 말하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을 때를
‘제정신’이라 말한다.
그래서 그 기능들이 하나씩 흐려지면
예전의 그와는 달라졌다고 말한다
병실이나 요양원의 풍경은
그 말을 쉽게 만든다.
어제까지 하던 농담을 잊고,
평생 불리던 이름에 고개를 들지 않는다.
설명하기 어려운 한 사람의 몸과 숨이다.
‘나는 무엇으로 나였을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성격이었을까, 기억이었을까,
이름과 역할이었을까.
어느 하나도 오래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원망하거나 잘난 체하는 일이
점점 의미 없어 보인다.
내가 나라고 믿는 것들 역시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그렇다면
굳이 타인을 미워하며
마음을 소모할 이유가 있는가 말이다.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는 일만으로도
삶은 충분하지 않은가,
행복을 미루기에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