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

by 박희정

1-내리사랑. ㅡ


기울어진 사랑


기억은 한쪽에만 남는다.

아이가 세상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

그 작은 발보다 더 먼저 땅에 닿은 건

부모의 마음이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몸을 뒤집고, 눈을 맞추고, 처음으로 웃던 날들—

그 모든 순간은 부모만의 기억으로 남는다.

아이는 그 시절, 오직 울고 먹고 잠들었을 뿐이다.

세상을 받아들이느라 바빴고,

부모는 그 세상을 아이 대신 버텨내야 했다.


새벽 울음에 일어나 물을 데우던 손.

젖은 기저귀를 갈고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듬던 어깨.

그 모든 것이 자식의 기억에는 없다.


사랑이 쌓이는 쪽과

사랑이 쌓였다는 것을 모르는 쪽 사이,

그 틈에는 고요가 있다.


그래서 부모는 애틋하다.

말도 못 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던 날,

그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밤이,

얼마나 많은 새벽이 깃들어 있었는지를

기억하는 쪽은 부모뿐이니까.


아이에게 그 시절은 없다.

보호본능도, 감정의 무늬도 없이

그저 품에 안겨졌던 시간들이 있다.

그러니 자식은 자기 삶의 중심에 서기까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사랑을 주기 전에는 받은 사랑이 보이지 않으므로.


이 기울어진 사랑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균형이다.

먼저 시작하고, 오래 기다리는 사랑.

한참을 흐른 뒤 자식이 뒤돌아보는 그날,

비로소 그 사랑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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