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길을 안다

by 박희정

개도 길을 안다. ㅡ


딸이 아이를 낳았다.

엄마는 국을 끓이고, 설거지를 하고, 딸의 집 살림을 분주히 휘젓는다.

나는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고, 아이가 잠들면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선다.


밖에 나가야만 배설하는 습관이라, 하루 한두 번은 꼭 나가야 한다.

이제 나이도 제법 들어 방광도 걱정이다.

까딱 잘못하면 거실 아무 데나 배설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설을 마치고 나면, 개는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무조건 가려 한다.

하지만 나로선 돌아올 거리도 생각해야 하니, 진로를 벗어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리드하게 된다.

그러면 개는 버틴다.


처음엔 안 오려는 줄 알고 가볍게, 거의 시늉처럼 줄을 당겼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줄이 반대로 당겨졌다.


내가 잘못 느꼈나 싶어 다시 가볍게 당겨봤지만, 역시 같은 느낌이다.

개도 자기 의사를 그렇게 표현하는구나.


어릴 적 생각이 났다.

나는 소를 끌고 다녔다.

학교를 다녀오면, 배가 훌쭉한 소를 끌고 풀을 뜯기러 다녔다.


좋은 풀밭을 만나면 그 근방에서 만족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멀리까지 나가야 했다.

그럴 땐 논밭 사이로 지나게 되는데, 그게 조심스러웠다.

목줄을 짧게 조여 잡아도, 어느 순간 소는 작물을 한 무더기 입에 물어버리곤 했다.


그때 소를 잡아당기던 기억과

지금 늙은 개의 리드줄을 당기는 일,

참 다르지 않다.


개도, 소도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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