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외출

by 박희정

물고기의 외출,


어떻게 사느냐는 물음에 나는 그저 "인간 구실 하며 산다"라고 답하곤 한다.

이 대답에는 뭍으로 나갔다 돌아온 물고기의 깨달음 같은 것이 담겨 있다.


붕어 한 마리가 있었다.

물 밖으로 나가면 대단하고 찬란한 삶이 기다릴 줄 알았다.

입에 탐스러운 지렁이 한 마리를 물고 기세 좋게 수면을 박차고 올랐고,

세상을 다 얻은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물 밖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질식의 공포였다.

아가미는 공기 중에서 무용지물이었고,

매끄럽던 피부는 햇볕 아래 바싹 말라 들었다.

자유를 찾아 뛰쳐나온 곳에서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가 되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물고기는 물 안에서만 자유롭고, 인간은 세상이라는 틀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자유롭다는 것을.

특별한 장소나 대단한 무언가가 구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흔히 삶과 죽음이라는 거창한 명제에 매달려 스스로를 괴롭히는 존재가 사람이다.

하지만 진짜 큰 세상을 본 이들은 그 생사(生死)의 무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산다.

그들은 감정 없이 사는 목석이 아니다.

기쁘면 아이처럼 기뻐하고, 슬프면 땅이 꺼지도록 슬퍼하며, 때론 불같이 화도 낸다.

다만,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뿐이다.


세상 만물은 흐르는 물처럼 스스로 그러한 법(萬法自然). 고통이 닥쳐도 그 고통에 목을 매어 자신을 파괴하지 않고, 기쁨이 넘쳐도 정신을 놓아 오만해지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에 얽매이지 않는 기술이다.


오늘도 붕어는 세상이라는 물속에서 헤엄친다.

거창한 파도를 꿈꾸기보다,

주어진 물결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지느러미를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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