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 밤의 꿈 그 너머의 생

by 박희정

봄밤의 꿈, 그 너머의 생(生)



인생은 짧다.

돌아보면 하룻밤 꿈처럼 아득하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덧없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아쉬움을 달래려 인생이 짧다고 한탄하지만, 문득 의문이 든다.

대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기고 싶었기에 그토록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이들을 본다.

그들의 표정 어디에도 거창한 사명이나 인류를 구원할 대단한 뜻은 읽히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짐을 지고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그런데도 무언가를 놓친 듯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것일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것도, 세상에 흔적을 새기는 것도 결국 내 의식 안에서 일어나는 일일 뿐인데 말이다.


삶의 안감을 뒤집어보면, 그 속은 대개 욕망의 무게로 채워져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배고픔을 달래려는 식욕, 온기를 갈망하는 색욕, 안식을 바라는 수면욕, 소유를 향한 재욕, 그리고 타인의 눈에 비친 나를 가꾸려는 명예욕까지. 이 다섯 가지 굴레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인생이란 결국 이 욕망의 흐름을 따라 흘러가는 과정이며, 그 흐름 자체가 삶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왜 사느냐"라고, "무엇 때문에 사느냐"라고. 수천 년간 현자들이 답을 내놓았으나 그 어떤 것도 완벽한 결론이 되지 못했다.

나 또한 그렇다. 욕망의 너머에 말로 다 닿지 않는 거창한 이유가 숨어 있는지, 아니면 그저 태어났기에 존재하는 것인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에 정답이 있었다면 그것은 이미 오래전 공식처럼 세상에 퍼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생이 천인천색(千人千色)이고 '만인만 색(萬人萬色)'인 이유는 각자가 걸어가는 길이 곧 답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누구의 인생도 다른 이의 정답이 될 수 없기에, 나는 오늘 "그냥" 살기로 한다.

"그냥"이라는 말은,

정답을 찾으려 애쓰느라 오늘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어쩌면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인생이 왜 그토록 짧았는지 비로소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충분히 욕망하고, 충분히 방황하며, 충분히 나답게 살았노라"라고 말이다.


정답이 없기에 비로소 자유로운 이 길 위에서,

나는 나의 보폭으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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