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길

by 박희정

뜻밖의 길


생의 기로에서 멈칫거릴 때가 있다.

눈앞에 놓인 선택지보다, 그 이후가 더 두렵기 때문이다.

이 일을 놓치면 내일은 어떻게 될까.

이 기회가 마지막은 아닐까.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그림자가 먼저 다가와 가슴을 조인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삶은 어떻게든 빈자리를 채워왔다.

단 한 번도 공백으로 남겨둔 적은 없었으니까.

그랬다면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다.


그렇게 살아왔건만, 산다는 일은 또다시 고민을 불러낸다.


운명은 게으르지 않았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길은 어김없이 열렸다.

그럼에도 고민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나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이제 정년이 되면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일을 내려놓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원하던 땅을 사고 나면 남는 돈은 얼마나 될까.


쉼 없이 이어지는 생각들.

그러나 그것은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파국을 미리 그려보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마음이었다.

상상은 두려움이 되어 몸을 두드린다.


그러나 삶은 나의 불안과 무관하게 흐른다.

내가 매달리거나 계산하지 않아도

비워진 자리는 또 다른 장면으로 채워진다.

보이지 않는 손이 조용히 균형을 맞추듯이.


어쩌면 인간이 신을 믿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길이 열리고,

막다른 벽이라 여겼던 자리에서 새로운 통로가 드러날 때,

그것을 단순한 우연이라 부르기 어렵다.


어쩌면 누군가의 뜻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내게 건네는 또 하나의 길.


삶이 늘 계산대로 흘러가고

고민한 흔적 그대로만 따라갔다면

신을 상상할 여지도, 기적을 말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놓친 자리마다

다른 길이 준비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오늘은 그 생각을 믿고

고민을 잠시 내려놓은 채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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