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가려진 바다

by 박희정

파도에 가려진 나의 바다를 보았다

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영락없는 '파도' 같다는 생각 말이다.

오늘도 그랬다.


휘몰아치는 물살 속에서 정신없이 휩쓸리다 보면,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제대로 가고는 있는 건지 모른 채 하루를 넘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숨 한 번 크게 쉬는 것조차 버겁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발버둥 쳐도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휘둘리고, 그저 가만히 머물고 싶은데도 세상은 흔들리는 나의 바다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삶이었다.

흔들리고 휘둘리는 그 자체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잠시 동안은 멀리 보고 싶다.

파도에서 고개 들고 먼바다를 보고 싶다.


파도는 밀려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그 파도를 품은 바다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바다 다.

시련과 기쁨, 만남과 이별이라는 삶의 조각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것은 결국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는 우주가 있다.


파도도 결국은 바다였고 삶에는 저마다의 바다가 있다.

가끔 아프기도 하고, 지독하게 외롭기도 한 바다.

때로는 앞을 볼 수 없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것은 '나의 바다'라는 점이다.

오늘도 파도에 매몰되지 마라.

나는 그 파도를 담은 바다이니까.

작가의 이전글정돈된 풍경에는 설렘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