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변신 : 정돈된 풍경에는 설렘이 없다
내가 사는 집 앞 강변에는 수만 평의 고수부지가 펼쳐져 있다. 누구나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있고, 그 곁으론 무심한 듯 강물이 흐른다.
때로는 낚시꾼의 뒷모습이, 겨울이면 잠시 머물다 가는 철새들의 날갯짓이 풍경의 여백을 채운다.
가끔 이름 모를 새를 마주치는 날이면, 그것은 예기치 못한 자연의 선물처럼 다가왔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문득 가슴이 뛸 때가 있었다.
낯선 풀 한 포기가 발길을 붙잡을 때, 잡풀 사이에 숨어 피어난 작은 꽃이 눈길을 사로잡을 때. 그런 순간들은 늘 계산된 계획 밖에서 찾아와 나에게 말을 건넸다. 가슴 뛰는 일은 늘 예상 밖의 영역에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임을 깨닫곤 했다. 강변은 바로 그런 소소하고 무질서한 변화들로 빛나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곳은 너무나 '깨끗하게' 달라졌다.
강변에는 자로 잰 듯 잘 정돈된 잔디가 깔렸고, 수만 평의 고수부지는 매끄러운 파크골프장으로 변모했다. 모든 것이 깔끔하고 질서정연해 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에서 느꼈던 설레는 발견은 자취를 감췄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이 굴러가는 모습만들릴 뿐, 자연의 무심한 변주는 멈춰버린 듯하다.
아름다움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틈새에서 찾아오는 법이다. 자연의 질서는 언제나 끊임없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우리는 그 불완전한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어쩌면 그 변화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일률적인 ‘정돈’만을 좇는 순간 풍경은 단조로운 배경으로 전락하고, 자연은 더 이상 지친 인간을 위로하지 않는다.
자연은 박제된 모양보다 살아 있는 흐름일 때 비로소 가슴을 울린다.
거친 풀 한 포기에도 고유의 미학이 있고, 새들의 날갯짓 하나에도 생명의 떨림이 깃들어 있다. 내가 강변을 사랑했던 이유는 그 흩어짐 속에서 완전한 자유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 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행복이, 이제는 정돈된 잔디 아래 묻혀버린 것 같아 못내 아쉬운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