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by 박희정

혼불. ㅡ


사람이 죽고 나서도 존재가 있을까.

죽으면 끝나는 것일까.


어릴 적 우리 동네에는

호롱불 켜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엄청 오래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초등학교 4학년까지의 일이다.

70년대 중반 무렵,

그전까지 밤은 어두었다.

이후로도 전기세 아깝다고 밤은 계속 어두었다.


여름밤이면 쑥불 옆에서

옥수수를 먹는 정도가 밤날의 이벤트라면,

이벤트라고 해야 할 만치,

별일 없이 밤을 지나 아침이 되는 시절이었다.

집성촌이었고,

동네 양옆으로 문중의 문중묘지가 있었다.

한쪽은 큰 동산, 다른 한쪽은 묘 몇 개가 듬성듬성 박힌 작은 동산.

큰 동산은 날이면 날마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많을 땐 수십 명씩 뛰놀던 곳이다.


어느 날, 그 동산 맨 위쪽에

새로운 무덤 하나가 생겼다.

다른 묘들보다 두 배는 더 컸다

아마도 가장 윗대 조상이었던 듯.

어른들의 감시로 봐서 위엄 있는 묘였다.

다른 묘는

아이들이 미끄럼틀 삼아 놀게 되었지만,

그 무덤만은 가까이 가지 못했다.

어른들이 엄중 관리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 마루에 서서보면 잘 보이는 위치였다.


어느 날 밤,

화장실에 가려고 밖에 나왔는데,

묘 위에 불이 일고 있었다.

누가 불을 질렀나?

내일 동네 아이들

혼날 일 생겼구나, 생각했다.


불길이 점점 커졌다.

기름을 부은 듯한 불꽃이 너울거렸다.

멍하니 오줌 누다 본 불인지라 달리 어떻게 할

생각도 없었다

다시 들어가 잦다.


아침이 되어

할머니께 밤에 본 이야기를 꺼냈다.

“밤에 누가 불을 피우냐.”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말이었지만

내가 고집을 부리자,

“그럼 가서 직접 보고 와라.” 하셨다.


가 보니, 묘지에 불탄 흔적은 없었다.

아무 일도 있을 수 없다는 듯,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잔디들만 어정쩡한 줄맞춤을 하고 있을 뿐,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죽으면 끝나는 게 아닌가?.

죽었으면 그만이지,

왜 저렇게 흔적을 나타내는 거지?

흔적을 나타낸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이야기일 텐데!

사후세계가 있다는 말일까?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무엇이 남는 걸까.

몸은 사라졌어도,

그 사람의 ‘존재’는 어딘가 남아 있다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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