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꿍, 꿈의 씨앗이 되는 소리

by 박희정

까꿍, 꿈의 씨앗이 되는 소리


아이의 세상,


서너 살 쯤의 일들이 우리 인생에 뚜렷한 자국을 남길 수 있을까.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여섯 살은 되어야 비로소 '기억'이라 부를 만한 조각들이 머릿속에 맺히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 이전의 일들은 아무리 애를 써봐도 긴가민가하다. 기억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희미하고, 그렇다고 상상이라 치부하기엔 무언가 뭉클한 것이 남아 있는, 참으로 어려운 시간의 영역이다.

어머니가 우유를 먹였는지 젖을 먹였는지, 누가 나를 위해 어떤 정성을 쏟았는지 그 시절로 도달하기엔 기억의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갓난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거나 아이를 위해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려 하면, 주변에선 흔히 이런 말들을 건넨다.

"기억도 못 할 텐데 뭘 그렇게까지 해.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잖아."

하지만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이미 제 몫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 누군가 '까꿍' 하고 눈을 맞추면 깔깔거리며 온몸으로 웃고, 기저귀가 젖으면 세상이 무너진 듯 서럽게 울음을 터뜨린다. 그 찰나의 순간들이 아이의 세상에서는 삶의 전부이자 최선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곁에 있어 주고, 자기와 눈을 맞추며 놀아주는 것. 그것이 아이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기쁨이자 존재의 이유다.

아이는 아이만의 세상을 산다. 세상에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고, 부모에게 바랄 것은 온 마음으로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줄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인 '사랑'을 담아 방긋 웃어준다. 더 큰 세상이 오기 전까지, 그 작은 울타리가 아이에겐 우주다.

물론 아이가 자라고 세상이 커지면, 지금의 이 순수한 소통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설령 훗날 기억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시절 우리가 나누었던 온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 그의 세상 밑바닥에 층층이 쌓여, 누군가의 다정한 '까꿍'은 아이의 무의식 속에서 아름다운 꿈이 되고, 세상을 살아갈 든든한 뿌리가 될 것이기에.

작가의 이전글얼굴 너머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