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처럼 산다는 것

by 박희정

가을처럼 산다는 것


벼가 고개를 숙이고,

들판이 물들어 간다는 것은

이제 벼가 물을 끊었다는 신호다.

그렇게 자연은 가을의 법으로 산다.


무리하지 않았다.

햇볕이 뜨거울 때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렸고,

태풍이 불 때는 그 깊은 뿌리의 힘으로 견뎌냈다.

그것이 논에서 사는 벼의 순리였다.


단풍이 물든다는 것은

나무가 제 몸의 물기를 내려놓는 중이다.

물을 쥐고 겨울을 맞으면 몸이 상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무는 내려놓는 것이다.

붉고 노랗게 물드는 것은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뒷모습이다.


가득할 때는 감사하고,

끊을 때는 끊어야 오래간다.

가을에 홀로 서 있는 나무가 쓸쓸해 보여도

그 나름의 지혜를 담은 뜻이다.

버릴 때 버릴 줄 알아야 겨울을 지나는 것이니,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자연의 예술이다.


벼가 물을 끊고,

나무가 물을 내리지만

그 속에는 다시 올봄을 기다리는

생명의 숨이 있다.

바람이 불면 날려 보내고,

비가 오면 잠시 가라앉힐 줄 아는

그런 자연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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