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살리는일

by 박희정

몸을 살리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삶 ㅡ


삶의 의미라는 거대한 질문 앞에서 나는 오래 길을 잃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죽은 뒤에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내 존재의 증명은 어디에 있는지 묻는 밤들이 길었다.

질문이 깊어질수록 답은 멀어졌고,

마음은 늘 허기졌다.


그 긴 방황의 끝에서 마주한 진실은 의외로 소박했다.


산다는 것은, 그저 몸을 살리는 일이다.

그리고 거기까지가 삶의 전부다.


이 단순한 문장에 이르기까지 참 오래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내 몸은 늘 나보다 먼저 답을 알고 있었다.

머리가 명분과 가치를 찾아 헤맬 때에도

몸은 배고프면 먹으라 했고,

아프면 멈추라 했으며,

지치면 누워 쉬라고 조용히 등을 떠밀었다.


거창한 신념을 쌓아 올리며 몸을 혹사하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화려한 이유들은 무너지는 몸 앞에서

언제나 힘없이 흩어질 뿐이었다.


흔히 욕망을 탐욕이나 타락의 징후로 오해한다.

하지만 그 뿌리를 따라가 보면

욕망은 몸을 다음 순간으로 데려가기 위한 신호다.

생명의 불꽃이 꺼지지 않으려는 방향성이며,

살기 위해 뻗치는 가장 정직한 힘이다.


욕망이 거세된 인간은 고요할 수는 있어도 이어지지는 않는다.

내일을 향한 기대도,

몸을 채우려는 식욕도,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도 없다면

삶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선다.


살아 있다고 느끼는 모든 순간 뒤에는

몸을 건사하려는 이 치열하고도 성실한 움직임이 숨어 있다.


이제 나는 삶을 대단한 의미로 완성하려 애쓰지 않는다.

굳건한 신념으로 채우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것들은 어쩌면 생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삶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숨을 쉬고,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다음 식사를 준비하는 일.

오늘을 무사히 건너는 것.

삶의 무게는 딱 그만큼이었다.


삶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은

내 몸을 생의 끝까지 정성껏 데리고 가겠다는 태도다.

화려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더라도

오늘 내 몸이 무리 없이 하루를 건너도록 도왔다면

그 존재는 이미 충분했다.


이제 더 이상 삶에 과도한 의미를 요구하며

나 자신을 괴롭히지 않기로 한다.

오늘 이 몸이 편안히 숨 쉬고,

적당한 온기를 유지한 채 하루를 마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몸을 살리는 일.

그것이 내가 도달한

가장 깊고도 명쾌한 삶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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