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사는 것, 살아내는 것.

by 재즈트리


타자를 배우기 어려움,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려움.

마치 CAT 테스트를 받는 것 느낌이 들 때도 있음.

심각한 ADHD진단이 예고된 걸 미리 아는 절망적인 CAT 검사 같은.

오타가 잦음.

오타가 너무 심하게 나서 어떤 때는 타자를 두드리는 게 꺼려짐.

이런 이유로 글을 쓰는 걸 미루는 경우도 많음.

올바른 글자 자리에 올바른 손가락을 맞추는 게 어려움.

마치 손가락 하나하나가 충동성의 의식을 가진 각각의 환자 같음.

손가락을 맞추는데 집중하면 글을 쓰는 의도가 사라지기도 하고 주제를 까먹기도 함.

주제의식을 갖고 계속 이어가기엔 올바른 타자법에 대한 집착이 나를 가만두지 않음.

가끔 타자를 치는 소리가 거슬려서 집중이 안됨.


장소를 바꾸자 해서 카페로 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적절한 노이즈는 이로움.

가끔 엔터키를 부술 듯 내려치는 사람들 있음.

마치 내 심장을 망치로 내려치는 느낌이 듦.

PTSD발동함.

불안증세를 잠재우거나 감추기 위해 모든 집중을 쏟아내느라 주제의식은 날아가버린 지 오래.

무슨 글을 쓰는 지도 잊은 지 오래.

그저 타자행위 자체에 몰두하려 애쓰는 나를 발견함.

이전엔 안 들렸던 모든 소음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함.

카페에선 에스프레소 도구를 쾅쾅 두드리는 소리. 심하게 놀람.

쩝쩝대는 소리. 영단어로는 언에듀케이티드.

시야에 포착된 타인의 덜덜 떠는 발. 불안해짐.

볼펜 굴리는 타인 포착. 시야에서 없애기란 불가능.

기괴한 웃음소리. 새삼 놀라움과 가끔 짜증.

쾅 닫히는 문. 심하게 놀라서 물건을 떨어뜨리기도 함. 불안.

의자 끄는 소리. 에티켓이란 단어 떠오름.


더는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뛰쳐나옴.


복잡한 정신과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극적인 것들을 찾아 나서는 충동성이 들어섬.


충동성과 쾌락의 노예가 되고 나면 하루는 이미 지나가 있음.

잠을 자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나가 있는 경우도 허다함.

수면제를 먹음.

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림.


다음 날 아침.

멍한 정신, 때때론 우울한 마음으로 메틸페니데이트를 먹음.


그나마 루틴을 만들어서 의지를 갖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하루가 시작되지만

본격적인 일에 들어가기 위해선 긴 워밍업의 시간이 필요함.


아침루틴


화장실

명상

커피 드립 & 드링킹

TO DO LIST 작성

영어뉴스 및 공부

잠깐 보기 시작한 유튜브.

몇 시간이 지나 있음을 발견할 때도 허다함.


일의 우선순위는

이젠 안 하면 망할 때가 된

다급한 업무를 맨 위로 올리면서

저절로 정해짐.


업무에 돌입.

타자를 두드리기 시작함.


카페에 갈까 말까.

가자.


무한 루틴 도르마무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