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해요

by 재즈트리


케케묵은 겸손의 옷으로 가려진 야윈 자존감.

반짝거리는 천으로 겹겹이 가리려 해도

그 습하고 처절한 기운은

지워지지 않아.


술잔에 담아 흐릿해진 의식은

그것을 더욱 선명하게 드리워 내는 아이러니를 알지만.


나를 지워내고 싶은 간절함만큼

날카롭게 부딪치는 충동의 유리잔 속에

몇 번이고 나를 담아 삼켜내.


목구멍이 아리게

퍼런 조명의 잔상 만이 남도록.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시간을 잘라

축축한 이불속에 오늘 밤을 담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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