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케묵은 겸손의 옷으로 가려진 야윈 자존감.
반짝거리는 천으로 겹겹이 가리려 해도
그 습하고 처절한 기운은
지워지지 않아.
술잔에 담아 흐릿해진 의식은
그것을 더욱 선명하게 드리워 내는 아이러니를 알지만.
나를 지워내고 싶은 간절함만큼
날카롭게 부딪치는 충동의 유리잔 속에
몇 번이고 나를 담아 삼켜내.
목구멍이 아리게
퍼런 조명의 잔상 만이 남도록.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시간을 잘라
축축한 이불속에 오늘 밤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