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써지는 대로.
내손과 내 의식이 향하는 방향대로 묻어나는 검은 흔적들.
의도와 의미는 중요하지 않아.
그 자체로 나를 드러내는 솔직한 시간,
지금 이 순간 만이 중요할 뿐.
그렇게도 먼 길을 돌아 다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되네.
이렇게도 오랜만인 건
회피였을까.
아니면 전보다 깊어진 새로운 시간일까.
희미하게 보이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있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은 아니야.
출렁이는 충동과 중독 같은 시간 속에서도 펜을 들어
거울에 보이는 것 그대로 남겨내는 이 시간.
기억은 기록으로 한 겹 색이 짙어져.
행동은 기록으로 더욱 선명한 흔적을 남겨.
다시 마주하게 될 그 순간엔 빛바랜 흔적을 더듬어
더욱 또렷하게 다시 색을 칠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