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배움에는 죄가 없다.

그래서 뭘 배운다는 건데.

by 재즈트리



그림을 그릴 레퍼런스를 AI로 뽑아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저작권 문제도 겪을 필요 없이 AI를 사용하면

그간 자료를 찾느라 허비했던 시간들을 창작시간에 온전히 쏟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AI가 뽑아낸 그림들을 보기 시작한다.

늘 그렇듯 나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한몇 개월 동안

AI의 세계엔 너무나도 많은 이미지들이 생겨났고

그 퀄리티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내는 많은 것들을 뛰어넘었음을 느꼈다.

인간의 한계에 대한 체념과

신문물이 주는 도파민 속에서 너무 맘에 드는 그림들을 발견했다.


어떤 AI를 사용했기에 이런 기법을 구현해 낼 수 있었을까.


AI에게 물어보기 시작한다.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해 간단한 AI를 사용해 보기로 한 애초의 계획은 이미 잊혔다.

처음사용해 보는 AI를 설치하고

코드를 배우고 이해하는데 하루가 다 지나간다.


근데 생각보다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

생각지도 못했던 유료결제를 하고 코딩을 이해하기 위해

AI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며칠을 몰두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메모리 이슈로

설치에 실패했다.


그간 들였던 노력이 헛수고가 된 것 같아

힘이 빠지고 의욕이 사라진다.


왜 이걸 한다고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똑같은 레퍼토리가 시작된다.

통제가 잘 안 되는 충동을 따라 여기까지 온 자신을 탓해봐야 소용없다.

결국은 같은 결론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래야 다시 힘을 낼 수 있다.


'다 필요해서 한 걸 거야.'

'언젠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한걸 거야.'


이런 결론은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다.

약의 용량을 올린다던가 루틴을 만들어

다른 길로 빠지는 것을 막던가

결국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수밖엔 없다.


나를 위로하는 결론은

비루하기 짝이 없고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근데 정말

그렇지만 정말로

언젠간 필요할 수도 있다.


사실 그런 적이 많다.

충동을 따라 배우기 시작하고 몰입하며 익혔던 것들이

도움이 된 적이 많다.


어쩌면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약으로도 해결이 안 되다면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결국은 내가 한 일에 어느 정도는 만족하고

다른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는 것으로

나를 위로해야 할지도 모른다.


음.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

인정해야 할 때 인가.


지금 내가 벌이고 있는 많은 일들.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하자.


치료받기 전엔 내가 이런 일들을 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냥 꿈만 꾸다 만 것보단 훨씬 낫잖아.


사실 오늘은 쉬기로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로 정한 날이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기만 하자했는데


며칠간 집중해 오던 AI 프로그램 관련 공부를 했고

실패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레퍼런스를 찾다가

그림을 몇 장 그렸고 글도 몇 개 썼다.

유튜브도 업로드했고 영어공부도 했다.


해야 되는 날을 정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단

'아무것도 하지 말자' 하고 쉬는 날을 정하고 많은 것을 하는 날이

더 낫다 생각하자.


잘하고 있어.


‘다 필요해서 한 걸 거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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