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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Oct 14. 2022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세상의 모든 시간’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시간이란 무엇일까? 누가 시간을 만들었을까? 엉뚱한 질문을 해본다. 내가 살아온 68년이란 세월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의 제목이 ‘세상의 모든 시간’인데, 이 책을 읽으면 시간에 관해서 알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책의 부제목은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이다.     


작가는 책의 첫머리에 ‘독자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인간은 지구상에서 천 년 이상의 시간을 넘어서 위대함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지름길이 난무하는 시대에 둘러가는 길을 권하고 싶다. 가치가 있는 일은 뭐든 항상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우연에 관한 책이다. A에서 B까지 가장 빨리 가는 길이 항상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세상에 느림과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우체부 슈발’ 프랑스 동남부의 갈로흐강 변에에 위차한 오트리브 마을에 우편배달을 하면서 주워온 돌멩이와 자갈, 조개로 따 위에 거대하고 유려한 건물을 세운 페르디낭 슈발의 ‘꿈의 궁전’ 이야기다. 10,000일, 93,000시간, 33년에 걸쳐 가로 30미터, 세로 15미터, 높이 13미터에 수백 개의 동물 조각상과 화초와 채소, 신화 숙의 형상, 역사 속 혹은 동시대 인물들, 거인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의 형태가 묘사되어 있다. 1924년 슈발은 사망했다. 오늘날 꿈의 궁전이 2천 명도 채 살지 않는 오트리브 마을에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시간은 지나가지 않지만, 우리는 지나간다.” 슈발의 무덤에 새겨진 문장이다.     


‘할버슈타트의 존 케이지’ 독일의 할버슈타트 부르하르디 수도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음악-639년! 존 케이지의 부르하르디 교회 오르간 아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1987년에 무작위적 음조로 편집된 이 오르간 음악이 할버슈타트에서 공연되는 기간은 639년에 달한다. 존 케이지가 작곡한 오르간 음악곡 「Organ2/ASLSP[최대한 느리게(As SLow aS Possible)가 연주되고 있다. ASLSP 연주에 대한 케이지의 지시는 음악 제목과 같이 ‘가능한 한 느리게’다.      


‘만료일’ 1997년 프랑스 아를에서 지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 장 칼망은 122세까지 살았다. 그는 일주일에 1킬로그램의 초콜릿을 먹었다고 한다. 세이셸에 살았던 거북이 조나단은 150년 이상을 살았다. 주로 초원의 풀이나 잔가지를 먹었다. 레이첼 서스만은 『위대한 생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라는 책을 쓰기 위해 10년 동안 지구 곳곳을 여행했다. 서스만은 남극의 코끼리 섬에서 이끼 사진을 찍었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의 바퀴를 발명할 무렵에 이미 자라고 있었던 이끼였다.


노르웨이 북극해에 있는 스피츠베르겐 섬의 깊은 산속에 2008년 이후 전 세계에서 모은 최대 450만 개이 종자 표본을 보관하는 세 군데의 거대한 저장고가 마련되었다.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다.     


‘휴식과 게으름’ “엄청난 속도로 단시간에 여러 장소에 도달함과 동시에 빛의 속도로 세계 구석구석에 뉴스를 전파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달베르트 슈티프터가 1857년에 출간한 소설 『늦여름』에 등장하는 질문이다. 슈티프터가 쓴 소설 속 젊은 주인공은 휴식과 게으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하염없는 방황과 끊임없는 성찰에 대한 세심한 묘사를 통해 정신없이 달리는 속도를 완전히 잠재우는 방식을 제시한다.


지속 가능성 전문가 울리히 그로버는 “하이킹은 발걸음을 척도로 삼고 자연을 시계로 삼아 태양 빛을 따라서 인간이 차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자연이 제공하는 것 만을 받으라. 여가란 시간을 완전히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다. 나중에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쉬는 것도 아니고 잘 짜여진 프로그램도 아니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은 계획이 없는 사람이다.     


‘죽음이라는 해결 과제’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반에는 항상 죽음에 대한 의식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삶을 오래 연장한다 해도 절대로 영원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이란 그저 영원의 한가운데르 ㄹ스쳐간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생은 기독교 고리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전 세계 수많은 종교의 핵심적인 약속이기도 하다.      


‘만남’ 아인슈타인의 농담 한 소절

인간과 신이 만났다. “하나님, 당신에게 1억 년이란 무엇인가요?”라고 인간이 물었다. 하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저 한순간일 뿐이야.” “그러면 당신께는 1억 달러는 무엇인가요?” “그저 한 푼에 불과하지.” 그 말을 듣고 인간이 말했다. “오 하나님, 저에게 한 푼만 주시면 안 될까요?” “당연히 되지. 한순간만 기다리게나.”     

‘지구라는 우주선’ 적도에서 지구는 거의 시속 1,700Km의 속도로 회전한다. 동시에 지구는 시간당 10만Km 이상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고, 여덟 개의 행성을 가진 우리 태양계는 60분마다 약 80만 Km의 속도로 은하수 중심을 돈다. 은하수에는 초대 4억 개의 다른 별들이 존재한다.

은하수와 그 주변의 은하들은 대략 한 시간 동안 적어도 300만 Km 이상의 속도로 거대 인력체를 향해 이동한다. 이 거대 인력체는 질량이 태양의 1경 배 이상되는 거대한 별들의 군집이다. 우리 행성계는 약 45억 년 된 것으로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이 지구의 궤도까지 팽창하여 지구를 삼키려면 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리라 예상된다.     


‘블랙 스완’ 시간은 모든 자원 중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이다.      

‘백과사전’ 지식이 커짐에 따라 무지도 커진다. 세익스피어는 자신의 희극 ‘좋을 대로 하시든지’에서 “바보는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안다.”라고 썼다. 우린 항상 그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지식에 대한 갈증, 인간의 지식에 대한 추구도 생겨난다. 백과사전은 우리의 호기심과 야망을 위한 훌륭한 놀이터다. 인간은 거기에 질서와 구조를 부여하기 위해 수천 년의 경험과 지식을 문서화한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1857년에 편집 작업이 시작되었고 30년 후에 첫 권이 나왔다. 지난 1,000년 동안 수집된 60만 개가 넘는 단어로 이루어진 이 사전은 250만 개가 넘는 출처를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모든 것이다.” 우주론자들이 빅뱅에 대해 사용한 표현이건, 선불교도들이 삶의 지혜를 요약한 것이건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한 철학자들의 답변이건, 이 문장은 일상이라는 전쟁터에서 평화와 위안을 선사한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이 책에 인용된 여러 사례는 “왜 그런 것에 평생을 매달리면서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 시간과 인간! ‘시간은 지나가지 않지만, 인간은 지나간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책 소개     

세상의 모든 시간.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이덕임 옮김. 2020.03.20. ㈜을유문화사. 241쪽. 14,000원.

   

토마스 기르스트 THOMAS GORST

1971년 태어났다. 함부르크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와 미국학 및 현대 독일 문학을 공부했다. 2003년부터 BMW 그룹의 국제문화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뮌헨예술원 명예 교수를 맡고 있다. 『뒤샹 사전』 『예술계의 100가지 비밀』을 출간했다.      

이덕임. 동아대학교 철학과와 인도 뿌나대학교 인도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독일어 과정을 수료했다. 바른 번역 소속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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