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에 관한 소설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온 이재명이 성남시장 당시 단군 이래 최고의 치적이라고 자랑한 ‘대장동 사건’에 대한 국민 의혹이 높다. 그 사건의 관련자로 수사 중이던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이 책의 내용도 서울 근교에 위치한 ‘숲’이 있는 ‘장군봉’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에게 팔려는 부모 세대와 숲을 지켜야 한다는 고등학생 자녀 세대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다.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대다수가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터전에서 밀려나고, 그곳의 역사도 사라지고 만다. 새로운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개발업자들은 개발이익을 챙긴다. 언젠가 고속도로 터널 공사 구간에 도롱뇽 보호를 외치는 환경단체와 개발 주체 사이에 갈등을 빚었던 적도 있다. 개발은 그 터전에 살고있는 모든 생명체의 파괴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지구를 힘들게 하고 결국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부모 세대가 중학생 때 마을 친구 일곱 명의 불장난으로 숲이 불탄다.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산신령이라는 별명을 가진 동네 노인이 숲을 다시 살린다는 조건을 내세워 처벌을 면하게 해주고 숲은 마을 사람들의 정성으로 되살아난다. 개발 바람이 불어오면서 동네에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원주민과 새로 유입된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조성된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숲을 가꾸는 퇴직 여교사가 동네 아이들을 숲에서 돌본다. 아이들은 자라서 고등학생이 되고. ‘선생님’은 죽는다. 유언에 따라 숲에서 장례식을 치룬다.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나무마다 손으로 만져주었다. 선생님은 나무도 그렇게 손으로 만져주고, 앞에 가서 웃어주고, 말을 걸어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생김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나무든 풀이든 곤충이든 사람하고 비슷하다는 말이 너무 수긍이 갔다. 그렇게 손으로 만져주고 웃어주면 당연히 나무들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고마움을 표현할 것이다.’
‘그래도 난 산신령이랑 삼신할미를 믿던 그 시절이 더 좋았던 것 같아. 사방에 교회나 절은 많아졌지만, 옛날만큼 신을 믿는 사람은 드물어. 신이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사람들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 저런 산 하나 밀어버리는 것도 순식간이고, 아무도 죄의식을 갖지 않잖아. 만약 신이 있었다면 절대로 그러지 못하겠지. 옛날에는 적어도 살아 있는 목숨을 지금처럼 함부로 죽이지는 않았지. 요즘은 무서워서 뉴스를 못 보겠어. 나이 든 사람이나 어린것들이나 개구리 잡듯이 생명을 죽이고, 그러잖아? 그래서 난 산신령 같은 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한테 희망이 있는 것이지.’
‘수천 만 년 동안 인간들은 저 바다속으로 흐르는 숱한 신화를 믿으면서 살아왔다. 바다속에 용왕이 살고 있으며 어딘가에는 인어도 있고, 또 어딘가에는 내가 모르는 수많은 신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걸 믿지 않는다. 바다속에는 용왕도 없고, 파도를 치는 것도 용왕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게 되었다. 이제 인간들은 저 바다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을까 하는 것만 따지는 시대가 되었다.’
아이들은 묻는다. ‘이 세상에서 옳다고 하는 생각! 가치! 뭐 그런 것이 있는 걸까? 만약 그런게 없다면 그것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잖아. 근데 어른들은 돈만 따질 뿐 그런 가치를 생각하지 않잖아. 그렇다면 어른이 되면 뇌가 아주 작아지거나 형편없이 망가진다는 건가?’ 이미 어른들과 우리 사이에는 그 어떤 말과 위로로도 화해할 수 없는 불신의 벽이 들어서 있었다. 나무들은 혼자가 아니라 늘 저렇게 어우러져 살아간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어울어졌을 때가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슬기로워지기 때문이다.
책 소개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 이상권 저. 2017.11.20. ㈜특별한서재. 295쪽. 13,000원.
이상권-한양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199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단편소설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작품으로 ‘친구님’ ‘성인식’ ‘발차기’ ‘난 할 거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