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서조 Dec 30. 2022

박인규 지음. 『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

유령입자의 탄생에서 약력의 발견, 빛나는 태양의 수수께끼까지, 자신의 정

      

이 책의 부제목은 ‘유령입자의 탄생에서 약력의 발견, 빛나는 태양의 수수께끼까지, 자신의 정체를 바꾸는 입자, 중성미자 이야기.’이다.     


물리학자들은 복잡한 연구를 왜 하는 것일까? 태양이 빛나는 이유를 알아서 무엇을 할까, 원자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리학이 연구하는 것들이 내가 사는데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책을 읽고 물리학이 알게 모르게 내 생활에 많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병원에 가면 찍는 방사선 촬영, 요즘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MRI 촬영 등도 다 물리학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특히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최첨단 장비라는 광고 ‘PET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기’가 물리학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책에서 연구하고 있는 중성미자도 앞으로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벌써 우주 천체를 관측하는데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호기심이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중성미자’라는 것은 어쩌면 창조주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역을 넘보는 것이 마땅한 일인지 두려움이 생긴다.    

 

저자는 글 머리에서 ‘이 책은 세상에 가장 많이 존재하지만 20세기 초까지는 아무도 그 실체를 알지 못했던 한 입자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입자는 분명 실재하지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고 우리 몸을 관통해 지나가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대략만 계산해도 초당 100조 개나 되는 입자가 지금, 이 순간 당신 몸을 뚫고 지나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입자도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과 같은 방사선이다. 초당 100조 개나 되는 방사선이 우리 몸을 통과해 지나간다는데 섬찟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 입자는 우리 몸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우리 몸을 그냥 지나쳐 갈 뿐이다. 그래서 이 입자에는 유령입자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유령입자는 태양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빛과 함께 지구로 쏟아져 들어온다. 이 입자는 빛과 마찬가지로 우주 전 공간에 가득 차 있다. 태양 빛은 밤이 되면 지구에 가려 사라지지만, 이 입자는 밤이 돼도 지구를 관통해 우리 몸을 지나 하늘로 떠올라 우주로 날아간다.      


만일 이 입자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밤하늘은 눈부실 정도로 환할 것이고, 밤에 땅바닥을 쳐다보면 지구 반대편의 태양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유령입자는 우리 몸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집도 건물도 심지어 지구와 별도 뻥뻥 뚫고 지나간다. 바로 중성미자다. 이 중성미자에 관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썼다. 라고 한다.     


내가 아는 물리학의 상식은 세상의 물체는 원소로 구성되어 있고, 원소는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어 더 쪼갤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따라서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이렇게 세 가지의 입자로 만들어져 있다고 할 수 있고, 단순히 핵자와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전자가 생겨날 때 중성미자가 함께 생성된다고 한다. 핵융합에서 양성자와 양성자가 융합하여 중양성자를 만들 때는 양성자가 중성자로 바뀌면서 양전자가 발생하고 중성미자가 따라 나온다. 이렇게 전자와 중성미자는 항상 쌍으로 생겨나거나 쌍으로 소멸되므로 중성미자와 전자는 쌍을 이루는 것처럼 취급할 수 있고, 이들을 경입자 또는 렙톤이라고 부른다. 렙톤이라는 이름은 ‘가볍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렙토스’에서 왔다.      


정리하면 세상의 모든 물질은 크게 핵자와 경입자(렙톤)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핵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나뉘고, 경입자는 전자와 중성미자로 구분된다. 달리 말하면 세상의 모든 물질은 네 개의 기본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이런 입자에게 ‘페르미온’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세상은 물, 불, 흙, 공기로 이루어졌다”라고 주장했던 ‘4원소설’과 비슷하다. 이상을 종합하면 21세기판 신 4원소설은 페르미온은 렙톤(전자와 중성미자)과 쿼크(위 쿼크, 아래 쿼크)로 이루어졌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1930년대까지 세상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 중성미자까지 4개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제5의 원소가 발견된다. 1936년 우주선을 연구하던 중 전자와 양성자 사이에 낀 입자가 발견된다. ‘뮤온’의 발견이다. 뮤온은 생겨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붕괴하여 전자로 바뀐다.     


자연에는 네 가지 종류의 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다. 우리 생활에 나타나는 다양한 힘들은 모두 전자기력일 가능성이 크다. 전자기력이 아니면서 중요한 힘이 하나 있다. 중력이다. 중력은 모든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겨 땅에 붙어 있게 한다. 도시 건축물의 형태나 생명체의 모습 역시 모두 중력에 의해 결정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힘은 중력과 전자기력 딱 두 가지 뿐이다.     


약력과 강력은 원자 속에 들어있다. 강력은 핵 안에서만 존재하는 힘이다. 일상에서 강력을 느낄 방법은 없다. 


전자기력이 원자의 크기를 결정하고 원자 구조를 만들었다면, 강력은 원자핵의 크기와 구조를 만들어 낸다. 약한 힘은 큰 구조물을 만들고 센 힘은 작은 구조물을 만든다. 힘의 크기로만 보면 중력이 가장 약하고 그다음이 약력이고, 강력이 가장 세다. 강력은 핵과 같이 극소의 작은 결합 상태를 만들고 약력은 원자와 분자 수준의 작은 결합 상태를 만든다. 태양계와 같이 큰 결합 상태는 중력이 만든다.     


물리학은 이론을 세우고 그 이론을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만일 이론이 증명이 안되면 실험이 잘못되거나 이론이 잘못된 것이다. 실험을 증명하고 완벽하다면 이론이 잘못된 것이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몇십 년 심지어 백 년 넘게 풀지 못한 것들이 있다. 물리학에서는 이론과 실험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계속 가설을 세우고 수정하고 실험을 반복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연구에 선진국들은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중성미자와 중력파 관측소가 여러 지역에 건설되어 있고 연구인력이 매달리고 있다. 그로 인해 노벨물리학상을 받고 있다. 일본 만 해도 이 분야 물리학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정치인들은 매일 정쟁에만 몰두하고 국제 사회의 이런 과학발전을 알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에도 물리학을 연구하는 소수의 사람이 국제 사회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부터 100억 원의 연구비가 지원되어 중성미자 실험이니 리노RENO가 시작되고 있다. 2009년 지하 실험실에 높이 4.4미터, 직경 2.8미터의 대형 아크릴 탱크가 마련되었고 2012년 3월 한국의 리노 실험진은 델타13의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리노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중성미자의 에너지를 측정해 5메가전자볼트 영역에서 중성미자의 양이 느닷없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공식적으로 중성미자 실험에서 우리나라가 이룬 최초의 발견으로 인정받고 있다.     

리노의 성공에 힘입어 과학자들은 한국중성미자관측소KNO를 추진하고 있다. KNO가 건설되면 우리나라도 당당히 중성미자 관측소를 운영하는 나라에 들어가게 되고, 다른 나라의 중성미자망원경과 연결되어 다중신호 천문학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2000년대에 들어 일본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2012년 출범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탄생했다. IBS에서 리노의 연구원이었던 김영덕 단장이 지하 물리실험실CUP을 꾸려 중성미자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CUP는 강원도 정선의 지하 1,000미터 공간에 2,000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 실험실을 구축하고 있다. 비록 늦게 출발했지만, 우리나라가 중성미자 연구의 중심지가 될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책 소개     

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 박인규 지음. 2022.06.10. 계단. 304쪽. 18,000원.      


박인규. 프랑스 파리 11 대학에서 입자물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다양한 실험에 참여했다. 미국 예일대학교와 로체스터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의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물리로 이루어진 세상』 등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수임 『십 대를 위한 감정의 인문학 카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