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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an 14. 2023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연KITE.』

래티샤 콜롱바니의 세 번째 소설

이 책은 배우이자 감독, 작가인 래티샤 콜롱바니의 세 번째 소설이다. 


첫 장편소설 『세 살래 길』에서 인도의 최하층민인 불가촉민으로 평생 타인의 분변을 치우며 살아야 하는 엄마 ‘스미타’와 함께 인도 북부의 고향 마을을 떠나 남부 해안가 마을로 도망친 아이 ‘랄리타’와 부부교사로 프랑스에서 살던 ‘레나’의 이야기다. 『세 살래 길』의 속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부부 교사로 행복하게 살던 ‘레나’는 남편인 프랑수아를 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도 오지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한 달 정도 살다가 돌아갈 예정의 여행이다. 여행지 바닷가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로 죽을 뻔한 레나는 바닷가에서 연을 날리던 어린 소녀 ‘랄리타’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생명의 은인인 ‘랄리타’에게 보답하기 위해 말을 못하는 ‘랄리타’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체류 기간이 만료되어 프랑스로 돌아왔지만, 인도에 두고 온 ‘랄리타’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다시 인도에 가서 ‘랄리타’와 같은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인도로 돌아온다.      


인도에서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학교를 만들어 운영한다. 하지만 순조롭던 일상이 인도의 조혼 풍습에 의해 엉망이 된다. 학교에 다니던 12살 난 ‘자나키’가 부모의 강요로 결혼한다. 결혼한 ‘자나키’는 며칠 후 시체로 발견된다. ‘레나’가 프랑스로 돌아가는 날 설상가상으로 ‘랄리타’마저 강제 결혼하게 된다. 귀국을 포기하고 결혼식장에서 ‘랄리타’를 구출하고 레나는 랄리타와 인도 풍습에 따라 가족이 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 인구가 많은 나라 인도. 불교의 발상지, 철학자의 나라, 요가와 유서 깊은 전통문화의 나라, 인류문명의 4대 발상지인 나라에서 현재에도 계급제도가 존재하고 최하층민인 ‘불가촉민’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소설은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키프케고르의 말이 떠올랐다. “삶을 이해하려면 과거를 되돌아봐야 하지만 삶을 살기 위해서는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마을 사람들은 주어진 삶이 아무리 비참해도 오랜 관습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조혼 풍속이 가난의 악순환을 불러온 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었다. 여자들이 어린 나이에 결혼하면 출산 횟수가 증가하고, 부양가족이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이 마을 사람들이 빈곤의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 바탕에는 무지가 존재했다. 교육받지 못했기에 자신과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했다. “여성을 가르치는 일이 전 국민을 가르치는 일이다.”라는 아프리카 여성정치 지도자의 구호가 떠올랐다.     


작가가 영화 배우 겸, 감독 그리고 소설가라서 그런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재미있게 읽었다.    

  


책 소개


연KITE.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2022.09.27. 도서출판 밝은세상. 312쪽. 15,800원. 

    

래티샤 콜롱바니 Laetitia Colombani. 작가, 영화감독, 배우. 1998년 단편영화 〈마지막 메시지〉를 시작으로 몇 편의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했다. 2017년, 첫 장편소설 『세 살래 길』을 발표했다.     

임미경.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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