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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Feb 03. 2023

요아힘 바우어 지음 『공감하는 유전자』

소외와 무시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만 세 살을 넘긴 아이가 애정 결핍이나 방치를 경험하면 동기 체계가 과잉 활성화된다. 

이런 아이들은(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면) 끊임없이 ‘킥(Kick)’을 필요로 한다. 

흥분이나 자극 같은 킥이 도파민을 분비해주는 탓으로 킥이 없으면 이들은 안정을 찾지 못한다.     


인간관계를 맺거나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삶에 대한 만족감이 지극히 낮다. 

이런 경우 자신의 동기 체계에 다른 대안으로 자극을 가할 위험이 커진다.

즉 인간관계라는 영역에서 혼란이나 단절이 일어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을 물질이나 대체 행동으로 메우려는 것이다.

달콤한 간식거리에 집착한다거나 디지털 장난감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그렇다.

실제로 설탕은 동기 체계를 자극하며 디지털 단말기도 마찬가지다.     


청소년과 성인의 경우 자신들의 가라앉은 동기 체계를 알코올로 고무시키며, 코카인 같은 약물로 자극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두 가지 모두 도파민 생성을 강력하게 활성화하는 물질이다.

인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발명된 ‘돈’은 약물 같은 위험성을 품고 있다.

왜냐하면 착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인정, 격려, 애정 같은 부족한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착각 말이다.


성적 행위도 마찬가지다. 성행위는 사랑이 주는 관능적인 보너스일 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진정으로 사랑을 할 줄 모르거나 그러한 관계가 모자라면, 섹스 중독성 강한 약물을 대체하게 되며 섹스 중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인터넷 덕분에 널리 확산한 정신적 질환 중 하나가 되었다.     


사회적 소외는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몸에 생물학적 흔적을 남긴다. 

나오미 아이젠버그와 매튜 리버먼은 의도적인 무시나 소외의 경험이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신체적 고통이 가해질 때 활성화되는 신경망이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체적 고통은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된 다음 뇌의 두 곳에 기록된다.

인간이 경험한 신체적 통증은 체성감각피질에 새겨지고, 고통의 경험은 전방 대상 피질(ACC)을 활성화한다.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외나 거부 또는 차별도 ACC를 활성화한다.

따라서 놀이터나 가정에서 혹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느끼는 것, 일터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모임에서 무시와 차별을 당하며 타인과 ‘단절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고통’이다.    

 

고통을 겪을 때 우리 몸은 방어 반응으로 대응한다. 

고통은 공격성을 낳는다. 소외당했거나 굴욕적인 경험을 한 아동이나 청소년이 다른 이들보다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고통이 분노로 전환된 것이다.

공격성은 불안이나 공포처럼 진화로 생긴 필요에 따라 불러낼 수 있는 감정 및 행동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기능은 인간 유기체를 신체적 습격과 혐오스러운 경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다.

인간은 자기 안의 공격성이나 분노를 감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가능하면 일찍 유년기에 습득하는 것이 좋다. 이를 하나의 신호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공격성이 발휘되는 곳에서 공격이 되풀이된다.

사람들은 분노의 감정 때문에 처벌을 받게 되면, 그 지점에서 끓어오른 공격성은 쉽게 ‘자신’을 향하게 되고, 불안이나 우울로 이어진다. 공격성은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혈압 상승을 불러온다.

모욕을 받아 높아진 혈압은 상처 입은 감정을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하면 다시 정상화된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나 모욕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면 이로 인해 고혈압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소외와 차별은 통증 체계에서 다뤄지며 공격성에 불을 붙인다. 공격성은 불안 및 공포를 느낄 때처럼 불안 중추인 편도체의 활성화를 불러온다. 불안 중추의 활성화 정도는 온몸에서 진행되며 은밀하게 ‘레이더망 바깥을 날아다니는’ 위험하고 만성적인 염증 수준과 상관관계가 있다. 이런 염증은 심혈관 및 암 질환, 치매의 출발점이 된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소외와 무시가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감정과 생각을 자유로이 표현할 기회를 상호 간에 제공하면 이는 자연스레 동기 체계의 활성화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긴밀한 인간관계는 모든 종류의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책소개

요아힘 바우어 지음 ‘공감하는 유전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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