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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Feb 10. 2023

『웃음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이 책은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 프랑스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연예인 1위, 국민 개그맨 다리우스가 분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분장실은 문이 안으로 잠겨 있었고 침입의 흔적도 없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사망하기 직전에 폭소를 터뜨렸다는 것뿐,      


경찰은 과로로 인한 돌연사로 단정 짓고 수사를 종결하지만, 그 죽음 뒤에 놓인 의문을 추적하는 두 사람이 있다. 민완 여기자 뤼크레스 넴로드, 은자의 풍모를 지닌 전지기 과학 전문기자 이지도르 카체버그, 그들의 추적 속에 코미디언 다리우스의 실체, 그리고 웃음산업과 유머를 둘러싼 거대한 비밀이 드러난다.     


외견상 범죄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는 작품 속에서 작가가 탐색하는 것은 “웃음”이 과학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스릴 넘치는 사건 전개가 스토리를 이끌고, 유머를 중대 사건의 요인으로 놓아 슬쩍 바꿔 쓴 세계사 그리고 다양한 소화(笑話)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풍부한 무늬를 더한다.     


웃음이라는 제목에서 단순한 내용의 단편 모음집으로 생각했었는데,

스릴러 비슷한 추리소설 겸 과학, 역사, 심리학을 총망라한 장편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만들어 내고 그들을 움직이고, 말하게 하여 독자에게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 창작이라는 매력을 느끼게 한 소설이다. 중간에 구성이 애매모호한 점을 빼고는 재미있었다.      


작가는 1권 25쪽에 “젊은 세대의 마음속에는 똑같은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비켜라 고루한 늙은이 당신의 시대는 갔다. 미래는 나의 것이다.〉”라는 문장을 통해 독자에게 기성세대에 대한 반동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 이 소설 중간중간에 같은 문구를 반복적으로 삽입하고 있어 -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집필 중 들은 음악을 소개하는 점 또한 흥미를 끌었다. 음악이 순간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창작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소개한 음악은 여건이 되면 듣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예나 지금이나 기성세대와 대결하는 젊은 세대의 마음속에는 똑같은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비켜라 고루한 늙은이 당신의 시대는 갔다. 미래는 나의 것이다.〉     


예의와 기업 내부의 위계 제도가 행하는 역할은 단 하나, 젊은이들에게 참고 기다리기를 강요하는 것뿐이야. 젊은이들은 무능력한 늙은이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기에 앞서 늙은이들이 권력을 누릴 만큼 누릴 때까지 기다려야 해.      


왜 하느님은 남자를 먼저 창조하시고 여자를 나중에 만드셨을까? 당신의 걸작을 완성하시기 전에 습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다는〉, 이는 이상한 표현이다. 사람들은 왜 〈사랑에 오르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가? 아마도 사랑이 일종의 추락이자 상실이라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깊은〉사랑이란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사랑이다.     


경험 많다 자랑 말라, 한낱 실수들의 총합인 것을


폭력은 바보들이 사용하는 설득 수단이에요. 생각이 딸리니까 가짜 힘에 의존하는 거라고요.   

  

예쁘고 똑똑하고 착한 아내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아내를 세 명 얻으면 됩니다.     


잊기 위해서 마시는 분들은 술값을 미리 내시기 바랍니다.     


입문한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뜻일세. 수영이나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뒤에 그것을 잊어버릴 수 있겠어?      


우스갯소리를 만드는 몇 가지 기본적인 기법을 알려 주었다. 주객전도, 의외의 반전, 중의법, 인물 감추기, 거짓말 시한폭탄, 터무니없이 한 술 더 뜨기, 외설적인 암시 등이 그것이었다.     


모든 것은 하나 안에 있다. - 아브라함.

모든 것은 사랑이다. - 예수 그리스도.

모든 것은 성과 연결되어 있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모든 것은 경제적이다. - 칼 마르크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 아인슈타인.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들었던 음악     


귀스타브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

제네시스의 “맨 오브 아우어 타임”

뮤즈의 “레지스탕스”

딥 퍼플의 “번”

핑클 플로이드의 “샤인 온 유 레이지 다이아몬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닐 다이아몬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영화 음악

카미유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     


책 소개     

웃음1.2, 베르나르 베르베르지음, 이세욱 옮김, 2011. 11. 23. ㈜열린책들, 각권11,800원.


베르나르 베르베르 :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남,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1991년 개미를 출간,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이세욱-1962년 출,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졸, 전문번역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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