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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Feb 11. 2023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지음.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가 쓴 소설을 읽는 것은 의무일 것이다. 이 책은 여섯 편의 단편 소설로 되어있다. 200여 년 전에 나온 소설을 실감나게 읽었다.     


  예나 지금이나 남편의 위치는 불안하다. 아내 앞에서 작아지는 남편의 모습은 2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아내의 부정을 확신하고 찾아 나선 초로의 남편은 체면 때문에 우물쭈물한다. 그러다 결심을 하고 쳐들어간 남의 아내 침실에서 침대 밑에 숨는 상황을 선택하고 그 침대 밑에서 또 한 남자가 숨어 있었다. 이 황당한 이야기를 저자는 진지하게 풀어간다. 남의 아내의 늙은 남편을 설득하고 밖으로 나온 주인공이 갈 곳은 자기 집 밖에 없다.     


  남자들은 젊은 때 부지런히 밖으로 돈다. 돈 벌기 위해, 퇴직 후 갈 곳은 집 밖에 없다. 그러나 집은 이미 아내의 영지가 되어있다. 거기에 순응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집 밖으로 쫒겨나느냐가 결정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쪼그라드는 남자들은 소심하고 주의 체면에 주눅이 든다. 오래전에 쓴 소설이지만 지금 이야기 같다.     


  “악어”는 기발한 착상이다. 도심 상가에 관람용 악어에게 잡아 먹힌 남자가 악어 배 속에서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다. 그 당시 러시아 사회의 풍자와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 형식이라고 느꼈다. 악의 배 속에서 유명인이 되어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착상을 이야기하는 남자와 죽기 전에 꺼내야 한다는 친구, 악어 배 속에 들어간 남자의 젊은 아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허구와 황당함이다. 지금 현실도 악어 배 속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과 이런저런 뉴스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악어 배 속에서 떠들어 대는 남자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진중한 언어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거의 황당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표현함으로써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끔찍한 일화”에서 사람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한다. 고위 공무원이 우연히 결혼식을 하고있는 말단 공무원인 직원의 집 앞을 지나다가 축하하기 위해 들어가고 싶은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자기가 말단 공무원의 결혼을 축하함으로써 인간적인 사랑이 넘치는 상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방문하고 결국 끔찍한 일화가 된다는 이야기는 지금 이 사회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소설을 썼다가, 당국에 의해 불온하다는 판결을 받고 사형 직전까지 갔던 인물이다. 살기 위해 왕정에 아부하는 일도 있었지만, 권력과 주류사회는 비판과 불평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기억에 남는 글귀

여러분도 인정할 것이다. 질투란 용서할 수 없는 애정이며, 심지어 불행이라는 것을!


-여자들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때는 우리 같은 남자들 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책 소개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저. 서유경 번역. 2020.11.13. 걷는사람. 15,000원. 2021.7.읽음.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1821~1881)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공병학교 졸업 소위 임관. 첫 소설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 시베리아로 유배, 1854년 출옥. 카라마조프의 형제 등 저술.     

서유경 – 통번역학 박사 수원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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